[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92. 평면의 역동성…기하 추상의 다양한 변주, 한묵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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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묵(1914~2016)은 한국 추상회화의 선구자로, 기하 추상의 한 단면을 대변한다.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만주와 일본에서 유학하며 서양화를 배웠다. 1952년 ‘기조회’ 창립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1957년에는 박고석, 유영국 등과 함께 ‘모던아트협회’ 조직에 참여한 한국 근대미술의 주요 작가 중 한 명이다. 1960년에 첫 개인전을 개최한 후, 1961년 프랑스로 건너가 그곳에서 50년 이상을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한묵의 작품 변화 특징을 시기별로 조명해 보자면, 1950년대는 구상에서 추상으로 변화하는 시기와 대상을 제거하며 본격적인 추상에 들어선 시기라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1960년대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면서 현지 화단의 새로운 예술 경향을 흡수한 시기로, 작가는 보다 실험적인 추상회화를 시도하였다. 1970년대에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조형 원리를 탐구함은 물론, 나선형의 구조를 화면에 도입하여 보다 동적인 요소가 강조된 화면이 자주 등장한다. 1980년대에는 먹과 종이 콜라주로 특징 되는 작업을 선보이는 등 한묵은 추상 표현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작가는 회화에서의 ‘공간’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여 독자적인 세계를 확립하였다. 더하여 한묵 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통해 ‘존재 본질에 대한 관심’을 화면에 반영함으로 한국 기하학적 추상회화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 받는다.

‘구성’은 1963년도 작품으로, 한묵이 파리의 새로운 환경 속에서 받아들인 실험적 경향을 함축하고 있는 결과물로 볼 수 있다.

마대 천에 직사각형과 원형, 기하학적인 도형들을 화면 전면을 채우듯 배치한 것으로 보아 당시 작가가 대상의 단순화를 지속적으로 꾀하였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가 구성한 화면을 통한 선과 색, 면 같은 기본적인 요소들의 감각적인 배열을 감상해 볼 것을 권한다. 한묵의 색채와 움직임에 대한 감각이 만들어낸 기하 추상의 다양한 변주들은 평면의 구성이지만, 역동성과 입체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황서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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