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84. ‘장구재비’를 아시나요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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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장구재비. ‘농악대 따위에서 장구 치는 일을 맡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또 ‘걸립패나 소리판, 악대 따위에서 북 치는 일을 맡은 사람’은 ‘북재비’라 부른다. 각각 ‘장구잡이, 북잡이’라야 할 듯하지만, 표준어는 저렇다. 역행동화 때문인 것으로 추측한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재비: (일부 명사 뒤에 붙어)국악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기능자를 이르는 말.

이렇게 ‘재비’ 꼴로 끝나는 우리말에는 ‘버꾸재비 버나재비 삼재비 상쇠재비 소고재비 쇠재비 수재비 장구재비 징재비 풍물재비’도 있다.

그래서, 〈부산농악 참가락 뽑아내는 최고의 풍물잡이〉라는 제목에서 ‘풍물잡이’가 잘못 쓰였다는 건 쉽게 아실 터. 참, 노파심에서 하는 이야기인데, ‘재비’는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사람을 가리키는 국악 용어이므로 ‘경마잡이 길라잡이 길잡이 노잡이 바람잡이 안경잡이 앞잡이 양손잡이’는 왜 ‘잡이’냐고 묻지 마실 것.

이처럼 ‘으레 그러할 것’이라는 어림짐작 때문에 잘못 쓰는 말로는 이런 것도 있다. 아래는 어느 전통주 양조장의 광고 문구.

‘강산주조의 1500년 전통 프리미엄 소곡주/술을 좋아하는 당신을 위한,/친구들과 함께 넉넉하게 즐기시라고 1.8L/대병.’

광고 제목도 ‘함께 마시기 좋은 대병 한산소곡주 1.8L 16%’로 돼 있는 걸 보니 1.8L짜리 병을 ‘큰 병[大甁(대병)]’으로 알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우리말은 없다. 저런 용량 병은 ‘대병’이 아니라 ‘됫병’이라고 써야 한다. ‘한 되’ 분량이 들어간다고 해서 저렇게 부르는 것. 동의어는 ‘되들잇병’. 북한에서는 ‘되병’으로 쓴다.

“사람이 유도리가 있어야지!”

얼마 전 끝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11화 ‘소금군 후추양 간장변호사’편에서 두 번이나 나온 말이다. 로또 당첨금 분할 소송 원고인 박성남(정강희 분)이 한 번, 우영우(박은빈 분)가 TV 속 향고래를 보면서 또 한 번. 한데, 여기 나온 ‘유도리(ゆとり)’는 우리말처럼 생겼지만 생짜 일본말. 해서, 국립국어원은 ‘여유, 여유분, 융통, 늘품’으로 쓰라고 다듬었다. ‘으레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유비, 송중기와 닮은꼴? “귀여운 콧망울” 눈길〉

이 제목에 나온 ‘콧망울’도 국어사전에 없는 말. 대신 써야 할 말은 ‘콧방울’인데, 왜 그래야 하는지는 표준사전 뜻풀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콧방울: 코끝 양쪽으로 둥글게 방울처럼 내민 부분.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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