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잿값 상승 알아서 해결? 행복주택 참여 지역 업체 ‘울상’
민간 업체 참여 공공주택사업
물가 올라도 계약금액 증액 불가
부산도시공사 시행 9개 사업장
지역 하도급 업체, 피해 구제 호소
부산도시공사의 행복주택 건설 사업에 참여한 지역의 하도급 업체 A사는 최근 시공사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지만 거부 당했다. 통상 공공 공사에 적용되는 물가연동조항(에스컬레이션)이 해당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원자재 값 인상으로 A사는 당초 계약 금액보다 59%나 초과한 비용의 자재를 납품해야 할 상황이다. A사 대표는 “민간 사업장에서도 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공사비를 조정하는데, 공공 기관에서 공사비 조정을 외면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지역 공공 공사라 지역업체가 대거 참여했는데, 다들 피해가 크다”고 전했다.
원자재 값 상승으로 지역 건설업체의 경영난이 심각한 가운데 부산도시공사가 추진하는 대부분의 주택 건축사업장에 물가연동조항이 적용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도시공사가 추진하는 건축 사업에 지역업체 참가 비중이 절반을 넘어, 지역 업체들이 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9일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부산지역 총 11개 사업장 중 9곳에서 물가연동조항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9곳은 에코델타시티 공공분양 주택 3곳을 비롯해 행복주택 사업장(일광행복주택 제외) 이다.
‘에스컬레이션’이라고 불리는 물가연동조항은 계약한 지 60일이 넘은 때에 물가 변동률이 5%이상일 경우, 기존 계약금액을 증감하는 규정으로 국가·지방계약법에 명시되어 있다.
통상 부산도시공사가 발주하는 공사에 적용이 되지만, 민간 사업자가 공동 시행 형태로 참여하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은 공공주택특별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지역 건설업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값 급등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하며 부산도시공사에 지속적으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부산도시공사의 건설 현장에는 지역업체의 공사 참여비율이 높다.
부산도시공사는 지역의무공동도급 규정에 따라 100억 원 이상 종합공사에 지역 업체가 최소 49% 이상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물가연동조항이 적용되지 않은 9곳 사업장의 공사비는 합쳐서 100억 원이 넘는다. 지역 건설업체 한 대표는 “지역 상생을 위한 취지와는 다르게 오히려 지역 업체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지역 건설사의 경영난이 심각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 등은 부산도시공사에 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부산시회 관계자는 “LH 등 다른 공공기관보다 부산도시공사의 지역 건설업체 참여 비율이 높다”며 “지역 하도급 업체의 경영난이 심화되지 않도록 민간과 공공 사업장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도시공사는 계약 당시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공사비를 책정한 데다, 공사비 인상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황경환 부산도시공사 주택사업처장은 “경기도시공사 등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토부가 실태 조사를 하고 있어 지침이 내려오면 여러 사항을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