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톤호텔 대표 입건… 용산소방서장 ‘대응단계 늑장 발령’ 수사
[이태원 참사] 특수본, 호텔·거주지 등 압수수색
참사 관련 피의자 7명으로 늘어
불법 증축, 인명 피해 영향 등 조사
소방서장 입건 비판에 “공정 수사”
경찰청장·서울청장은 참고인 조사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압사 사고 발생 장소 인근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구조물 불법 증축 등 혐의로 해밀톤호텔 대표이사가 추가로 입건되면서 참사와 관련해 입건된 피의자는 모두 7명으로 늘었다.
9일 특수본은 이날 오전 해밀톤호텔과 이 호텔 대표이사 A 씨의 주거지 등 3곳에 수사관 14명을 보내 호텔 운영과 인허가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특수본은 해밀톤호텔 본관 2층 북측 등 호텔 주변에 불법 구조물을 세우고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로 이날 A 씨를 입건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해밀톤호텔 본관 북측에 있는 주점은 17.4㎡ 규모의 테라스를 무단 증축해 약 10년간 영업해 왔다. 압사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과 맞닿은 호텔 건물 서쪽에는 에어컨 실외기를 가리는 철제 가벽이 10여 년 전 설치됐다. 이 가벽 탓에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지점의 골목길은 더욱 좁아졌다. 참사 이후 이 가벽이 골목길을 더 좁게 만들어 병목 현상을 유발,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수본은 이날 확보한 압수물과 현장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해밀톤호텔의 불법 건축물이 참사 인명피해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해밀톤호텔은 불법 구조물을 철거하라는 용산구청 측의 통보에도 2014년 이후 5억 원이 넘는 이행강제금만 납부하며 현재까지 철거를 미뤄 온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증축과 관련한 특수본 수사는 용산구청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수본은 이 호텔의 불법 구조물을 방치해 참사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을 면밀히 조사 중이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혐의가 파악되는 대로 담당 직원들을 소환해 용산구청의 책임, 호텔과 유착 관계 등까지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전날 입건한 최 소방서장의 소방 대응단계 ‘늑장 발령’ 경위를 파악 중이다. 소방서장 입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특수본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내부 문건과 보디캠 현장 영상, 소방 무전 녹취록 등 수사 상황을 종합해 최 소방서장을 입건했다”며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특수본은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참사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는 등 직무 유기 의혹을 받는 윤 청장과 김 서울청장은 아직 입건되지 않았다. 특수본은 이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추가 조사한 뒤 입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