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상속 관행 탈피해야… 분쟁 지원 기구 설립도 필요”
상속 갈등 예방·해결 위한 토론회
9일 부산일보사 소강당서 열려
65세쯤 자산 승계 계획 문서화
생존 배우자 거주권 보장 중요
가족 간 충분한 대화 반드시 필요
최근 자산가치 상승과 맞물려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한 상속 갈등(부산일보 9일 자 1면 보도)을 예방하기 위해 주택을 상속에서 제외하는 등 생존 배우자의 거주권 보장을 강화하고 상속 분쟁 지원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가족 구성원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자산 승계 계획을 세우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부산공인회계사회는 부산경실련, 부산일보사와 함께 9일 부산일보사 소강당에서 ‘상속 갈등(가족 분쟁) 예방과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1부에서는 성현회계법인 박근서 대표가 ‘상속 갈등(가족 분쟁) 예방과 해결을 위한 자산 승계 계획’을 발표했다.
민법상 상속 지분은 배우자가 35분의 15를 갖고, 나머지를 자녀들에게 동등하게 배분한다. 만약 고인이 아들과 딸을 두고 있는데 아들이 먼저 사망했다면 상속 지분은 며느리에게 35분의 6, 손자에게 35분의 4가 돌아간다. 그런데 상속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나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사람이 ‘기여분’을 주장할 수 있다. 또는 사망 전 증여 재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자산가치의 상승으로 이런 갈등이 증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거 가족 간 좋지 않던 감정까지 결합되면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게 박 대표 설명이다.
고인의 유언이 없을 때 공동상속인 전원이 동의하는 ‘협의 분할’을 시도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쉽지가 않다. 상속인마다 현재 위치가 다르고 각자가 생각하는 공평함의 기준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공동상속인의 이해를 돕고 조정자 역할을 할 사람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공동상속인은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로 상속재산을 정확히 확인하고, 세무대리인을 선임할 필요가 있다. 또 고인을 충분히 애도할 시간을 갖고, 가족 구성원 각각의 환경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생존 배우자 몫과 부양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박 대표는 이어 전산조회가 잘 되지 않거나 유언집행이 제대로 되기 어려운 유언공증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적어도 정신이 맑은 65세 정도에 자산 승계 계획을 세우고 75세 때 법률가의 도움을 받아 유언으로 문서화하거나 유언대용신탁 제도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2부 토론회에서 한국갈등관리·조정연구소 문용갑 대표, 부산대동 공동법률사무소 최정훈 대표 변호사, 부산인재평생교육원 노승조 기획경영실장,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이 패널로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문 대표는 “상속 관련 분쟁을 몇차례 조정한 경험이 있는데, 재산에 앞서 과거 가족 간에 드러나지 않던 정서적, 심리적 문제도 상속 갈등에 크게 자리잡고 있다”며 “가족 간에 충분한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 변호사는 고인 채무가 더 많아 상속을 받으면 오히려 불리한 경우도 설명했다. 그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채무가 더 많을 경우 상속을 포기하면 되지만, 그러면 그 채무가 자녀에게 돌아갈 수 있다”면서 “본인 세대에서 채무를 끝내려면 ‘한정승인’과 ‘상속재산 파산신청’ 제도를 활용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노 실장은 “상속 문화를 개선하려면 ‘재산은 내가 다 쓰고 간다’는 인식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생존 배우자의 거주권 보장을 위해 주택을 자녀에게 상속하기보다는 주택연금제도를 활용하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 사무처장은 “생전 기부를 통해 유산 갈등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며 “상속 분쟁 지원센터 등을 구성해 운영하면서 시민들에게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 상담을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