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청, ‘개인정보 상습 무단 열람’ 별일 아니라고?”
직원 50여 차례 열람 혐의 송치
피해자 “유출 없다며 무성의 대응
지자체, 권한 남용 경각심 없다”
구청 “기소 후 추후 징계 처분”
부산 북구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정부 시스템을 이용해 연인 가족의 소득정보 등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한 혐의(부산일보 9월 25일 자 10면 등 보도)로 검찰에 넘겨졌다. 사건 피해자는 해당 공무원이 두 달간 50여 차례나 개인정보를 들여다보는 등 상습적으로 권한을 남용했지만 관리·감독 주체인 북구청은 민원인에게 감사 결과도 전달하지 않는 등 무성의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13일 부산 북구청 등에 따르면 북구의 한 행정복지센터 소속 30대 공무원 A 씨가 지난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A 씨는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연인이었던 B 씨와 B 씨 가족의 개인정보를 50여 차례 무단으로 열람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해당 기간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B 씨와 B 씨의 아버지·동생 등 가족의 4대보험 가입 여부와 소득정보 등을 열람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복지업무 담당자가 사용하는 행정시스템으로, 기초연금, 생계급여 신청 등 복지관련 업무를 위해 사용된다.
앞서 북구청은 A 씨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A 씨가 B 씨의 개인정보를 열람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달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하지만 수사 결과를 확인한 뒤 징계 여부를 검토하자는 징계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징계를 보류했다.
B 씨는 “A 씨가 과거에도 다른 사람의 기록을 본 적 있다고 이야기한 적 있고 우리 아버지의 소득이 얼마인지, 동생이 어디서 일하는지 등을 안다고 말했다”면서 “자료를 받아보니 헤어진 이후에도 개인정보 열람이 계속 이어져 나를 포함한 가족의 개인정보를 확인한 게 52차례였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B 씨는 우울증, 불면증 등으로 6개월가량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B 씨 측은 관리감독 주체인 북구청의 대응 태도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B 씨는 “북구청은 A 씨가 우리 가족의 개인정보를 수십차례 열람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제삼자에게 유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일 아니라는 듯이 답변한다”면서 “A 씨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지만 감사가 끝났는지도 알려주지 않아 계속 연락해 물어봐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나 말고도 다른 피해자들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런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공무원의 개인정보 오남용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개인정보 오남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서울 도봉구갑)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공무원의 개인정보 오남용 의심 사례는 총 3만 668건이었다. 이중 보건복지부는 916건에 대해 지자체에 중징계, 경징계 등의 처분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자체는 650건의 경징계 요구 중 26건(4%)에 대해서만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5건의 중징계 처분 요구 중 중징계가 내려진 건은 하나도 없었다.
북구청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기준에 따르면 단순 열람은 경징계 사유에 해당돼, A 씨의 경우 검찰 기소 이후 혐의가 인정된 부분에 대해 추후 징계 처분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감사 결과 등 인사와 관련된 내용은 원칙적으로 정보공개 대상이 아니고, 이를 B 씨에게도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