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용산구청·소방·교통공사 줄소환… 참사 책임 규명 속도
위험 점검·안전조치 소홀 등
구청·소방 직원 3일간 조사
서울교통공사 관제팀장 소환
무정차 통과 관련 집중 추궁
용산서 계장·서울시 안전지원과장
각각 자택서 숨진 채 발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가 용산구청과 소방당국, 서울교통공사 직원을 줄소환하면서 이태원 참사 책임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특수본에 따르면, 특수본은 지난 12일 용산구청과 용산소방서 직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에 대한 안전 관리와 점검 등 내용을 파악했다. 특수본은 지난 10일부터 사흘 연속 두 기관 직원들을 불러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재난관리책임기관인 지방자치단체와 소방당국이 안전대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려는 것이다.
특수본은 두 기관이 재난안전법에 따라 이태원 일대의 인파 사고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점검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게 직접적인 참사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재난안전법상 긴급 구조기관인 소방 당국은 재난 발생 외에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현저할 때도 필요한 모든 긴급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특수본은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할 주무 지방자치단체인 용산구청이 안전조치를 제대로 했는지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참사 전 구청에서 열린 핼러윈 안전 대책 회의에 구청장이 아니라 부구청장이 참석한 경위와 함께 사고 당시 박 구청장이 적절히 대응했는지도 확인 중이다. 특수본은 또 박 구청장을 중심으로 이태원 해밀톤호텔 대표이사와 용산구청 간의 유착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구청과 소방당국뿐 아니라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특수본은 13일 서울교통공사 종합관제센터 팀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무정차 통과’를 결정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실제로 당일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추궁했다.
서울교통공사와 용산서는 참사 당일 이태원역 무정차 요청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인 바 있다. 공사 측은 참사 직전 경찰로부터 무정차 통과 요청을 받은 적이 없고, 참사가 발생한 지 1시간쯤 지난 오후 11시 11분 경찰이 이태원역에 무정차 여부를 문의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사고 발생 37분 전에 공사 측에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특수본은 용산서와 공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참사 당일 무정차 요청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과실 여부를 따질 방침이다.
한편 보고서 삭제 의혹을 받던 용산서 정보계장 A 씨와 서울시 안전관리계획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시청 안전지원과장 B 씨가 지난 11일 각각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참사 이후 다른 직원을 시켜 정보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의 업무용 PC에서 문건을 삭제하고, 이 과정에서 정보과 직원들을 회유·종용한 의혹으로 특수본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이에 따라 보고서 삭제 경위에 대한 특수본 수사가 일부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A 씨의 사망 경위를 파악한 뒤 ‘공소권 없음’ 처분할 예정이다.
B 씨는 서울시 안전총괄실 산하 안전지원과장으로, 안전지원과는 서울시 폭염, 한파, 지진 등 자연재해와 관련된 종합 대책 등을 세우는 부서다. B 씨는 특수본 수사 대상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