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반려동물을 인격체로 여겨야 성공할 수 있어요”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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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억 더펫텔 대표

국내 최초 반려견 동반 전용호텔
핫플로 유명해져 외국인 손님 북적
방음벽 설치·대형견도 예약 진행

신도억 더펫텔 대표 신도억 더펫텔 대표

“반려견 한 마리가 아니라 투숙객 한 분입니다!”

2016년 해운대에 문을 연 ‘더펫텔(the PETEL)’은 국내 최초의 반려견 동반 전용호텔이다. 반려견도 사람처럼 객실에 투숙하고, 수영장과 카페 등 부대시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건물 전체가 전용 호텔이다 보니 실내에서 줄을 묶지 않아도, 짖어도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더펫텔’ 신도억 대표는 해운대 그랜드호텔 출신의 호텔리어다. 2008년 호텔을 나온 뒤 개인 사업을 하다 6년 전 ‘더펫텔’을 세웠다.

신 대표가 개인 숙박업을 하려다 반려견 동반호텔로 마음을 바꾼 것도 키우던 강아지 덕이다. 그는 2010년부터 토이푸들을 키워온 12년 차 애견인이다. 신 대표는 “우리 ‘짱구’는 분리불안도 심하고 병치레도 잦아 여행 한 번 제대로 갈 수가 없었는데, 그러던 차에 ‘차리려던 숙박시설에 반려견 부대시설까지 넣으면 분명 경쟁력이 있겠다’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비록 ‘더펫텔’의 영감을 줬던 ‘짱구’는 5월 세상을 떠났지만, 호텔은 연간 3만 명이 오갈 정도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수도권은 물론 물 건너 제주도에서도 반려견을 동반한 투숙객이 찾아온다.

특히 주재원 등 외국인 커뮤니티에서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이 나면서 외국인 손님으로 붐빈다. K-리그에서 활약 중인 외국인 선수가 2년 연속으로 휴가 때마다 애완견과 함께 호텔을 찾더니 이듬해에는 동료 외국인 선수까지 동반 투숙을 하기도 했다.

물론 사업이 초창기부터 술술 풀려나갔던 건 아니다. 개관 초기부터 주말이나 연휴면 만실이 될 정도로 손님은 많았지만 개 소음 문제는 늘 골머리를 앓게 했다. 신 대표는 “강아지는 한 마리가 짖으면 연쇄적으로 짖는 게 특징이라서 옆 건물 사이에 방음벽을 세우고, 객실에는 문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타 반려견 숙박시설에서 외면하는 대형견까지도 견종 확인 후 예약을 진행할 정도로 운영에 여유가 생겼다.

반려견 인구가 늘면서 ‘더펫텔’을 벤치마킹하고자 찾아오는 이들도 늘었지만 신 대표는 이들에게 늘 한 가지 철칙을 강조한다. 그는 “사업가라면 당연히 수익 창출이 최우선이지만 이 분야만큼은 반려동물을 엄연한 인격체로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며 “우리 호텔은 직원을 뽑을 때도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만 채용할 정도로 소프트웨어에 승부를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 대표는 관광도시 부산의 기본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반려동물 숙박업을 부산시에서도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으로 해외보다는 국내 관광객 유치가 위기 상황에서는 더 절실하다는 게 증명됐다는 신 대표다. 그는 “울산의 애니언파크 등 코로나 이후 지자체마다 반려동물 시설이나 스토리텔링 상품 개발에 매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특히나 벡스코를 중심으로 한 마이스 산업이 융성하려면 출장지 부산은 반려동물과 동반 출장이 가능한 매력적인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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