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점 없는 여야 대립, 예산안 심사 ‘안갯속’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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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 차이·국조·이재명 수사 등 암초
초유의 ‘준예산’ 사태 배제할 수 없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무위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무위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산안에 대한 이견이 워낙 크지만, 양측 모두 비타협 자세를 고수하고 있어서다. 이미 상임위 곳곳에서 충돌과 파행이 빚어졌다. 여기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수사 등 예산안으로 옮겨 붙을 수 있는 ‘인화물질’이 도처에 깔려 있다. 12월 2일 법정시한은 커녕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은 639조 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에 대한 상임위 심사 과정 중 ‘윤석열표 예산’을 대대적으로 삭감했다.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예산소위에서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 청와대 영빈관을 대신할 연회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편성한 외교네트워크 구축 예산(21억 원)을 ‘꼼수 예산’이라며 전액 삭감됐고, 9일 행정안전위원회 예산소위에서는 현 정부가 신설한 행정안전부 경찰국의 법적 근거가 없다며 단독으로 관련 예산을 통으로 날렸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11일 전체회의에서도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청와대 개방·활용 관련 예산(59억 원)이 모두 삭감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수적 우위를 앞세워 필요한 예산을 모두 삭감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를 통해 삭감된 예산을 최대한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예결위 역시 2차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3개 소위가 여야의 ‘자리 싸움’에 하나도 구성되지 않으면서 예산안 부수법안인 정부 세제 개편안은 아직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법인세 인하·종합부동산세 완화·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등 정부 세제 개편안에 대해 여야의 입장 차도 크다.

예산안 외부 환경도 지뢰밭이다. 야권이 조만간 강행하려는 ‘이태원 참사’ 국조는 국민의힘이 ‘참사의 정쟁화’라고 반발하고 있고,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수사는 조만간 이 대표 소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거센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이렇다 보니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어렵사리 지켜온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이번에는 넘길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특히 169석 과반을 점한 민주당이 여야 합의 불발로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는 정부 원안을 부결 시킬 경우, 정부는 새로 예산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처리 시기가 대폭 늦춰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의 ‘치킨 게임’이 연말까지 계속될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공무원 인건비 등 최소 경비만으로 정부를 운영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 경우, 당면한 경제 위기 대처에 큰 공백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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