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미 물가 상승세 ‘정점론’… 한국 경제 한숨 돌릴까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 7.7%
연준 고강도긴축 속도조절 전망
한국, 자금경색 등 완화 기대
유럽 침체·고금리 악재 산적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여전
지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한국 경제에도 훈풍이 불지 주목된다.
미국 물가 상승세의 둔화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상승 속도를 늦추거나 최종 금리 수준을 낮춘다면, 우리로서는 내수 위축과 수출 둔화라는 압력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13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 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반영된 12월 미국 연준의 '빅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80.6%다.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통과해 미국 연준의 긴축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한 결과다.
지난달 미국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기준 7.7%로 지난 1월(7.5%) 이후 가장 낮았고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6.3%)도 전월(6.6%)보다 둔화했다.
미 연준은 40년만에 최고치를 찍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강한 통화긴축 정책을 이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 7%대로 낮아진 물가 지표를 반영해 연준은 다음달 빅스텝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덜어주는 요인이다.
미국 연준의 고강도 긴축은 원·달러 환율을 치솟게 하는 주된 배경이었다. 시장의 기대처럼 미국 통화 긴축 속도가 조절돼 원화 가치가 오르면 국내 물가 상승 압력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물가 안정과 환율 방어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올려왔던 한국은행 입장에서 미국의 긴축 강도 조절 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명분은 줄어든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내수 위축 가능성이 작아지는 셈이다.
정책금리에 한발 앞서 시장금리가 낮아진다면 최근 불거진 자금시장 경색도 일정 부분 완화될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시장 금리가 조금씩 하락한다면 자금 시장 경색이나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서 생각보다는 고통이 좀 덜할 수 있다"라며 "그러면 내수경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은 글로벌 경기 약세를 완화해 한국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는 3.37% 오르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9.9bp(1bp=0.01%포인트)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은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를 빠르게 반영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 경로가 여전히 불확실하고 유럽 경제 침체 등 경기 하방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서 한숨을 돌리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석에 더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통과한 게 맞더라도, 여전히 고물가인 탓에 금리 인상기가 끝났다고 말하기는 섣부르다는 것이다.
미 연준이 경기 침체를 각오하고 물가 안정에 나선 만큼 유의미하게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이상, 5%에 가까운 고금리는 지속되며 경기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통화정책 외에 경기 하방 요인이 상존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유럽의 경기 침체 우려가 대표적이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경기 둔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악재 요인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