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위트컴 장군 동상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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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으로 만든 기념물을 동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공공 조형물 형태로 가장 많은 동상이 제작된 인물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다. 장군의 동상은 서울 심장부인 광화문광장에 세워진 게 대표적이다. 수호신처럼 장검을 들고 보무도 당당하게 우뚝 서 있다. 장군의 발자취가 서린 지역과 전국 초등학교에서 장군의 동상을 쉽게 볼 수 있다. 23전 23승의 신화에 빛나는 구국 영웅인 장군을 추앙하고 본받을 목적에서다.

부산의 대표 관광지이자 시민 휴식공간인 중구 용두산공원에도 이순신 장군의 대형 동상이 있다. 1955년 건립된 이 동상은 뒤편 부산타워와 함께 도시의 상징물로 인식돼 왔다. 부산 앞바다를 주시하고 있는 장군의 동상은 “뒤는 내가 지킬 테니 아무 걱정 말고 세계로 나아가라”고 호령하는 듯하다.

임진왜란 때 왜군의 상륙지였던 부산은 당시 순국한 영웅들의 동상이 많다. “싸우다 죽는 것은 쉬워도 길을 빌려주는 것은 어렵다”(전사이가도난·戰死易假道難)는 말을 남기고 민초들과 함께 결사 항전한 동래부사 송상현 공을 기리는 동상이 1978년부터 부산진구 양정동 중앙대로를 지키고 있다. 왜군에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순직한 부산진첨사 정발 장군 동상(1977년 제막)과 다대첨사 윤흥신 장군 석상(1981년 제막)은 각각 동구 초량동과 수정동 중앙대로에서 늠름한 모습을 하고 있다.

부산에 동상이 있는 현대 인물로는 가요 ‘굳세어라 금순아’를 부른 부산 출신 가수 현인 선생과 야구도시 부산을 빛낸 불멸의 투수 최동원 선수가 있다. 현인 동상은 서구 송도해수욕장에 노래하는 모습이, 영도구 영도대교 입구 노래비 옆에 좌상이 설치돼 있다. 최동원 동상은 동래구 사직야구장 앞에 조성됐다.

내년 11월 11일 남구 평화공원에 한국전쟁 난민을 돕고 재건에 헌신한 리처드 위트컴(1894~1982) 장군의 동상이 들어선다. 시민들이 최근 3만 명이 1만 원씩 내는 자발적 모금을 통해 부산 첫 외국인 동상을 만들기로 했다. 1953년 11월 미군 부산군수기지사령관으로 근무하던 위트컴 장군은 부산 역전 대화재로 생긴 이재민 3만 명에게 식량 등 군수물자를 제공해 재기를 도왔다. 이 일로 미 의회 청문회에 소환된 장군은 “전쟁은 총칼로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나라 국민을 위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라며 소신을 밝혀 되레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는 전쟁고아를 위한 보육원과 메리놀병원, 부산대 설립도 적극 지원했다. 보은 차원의 동상 건립을 위한 모금 운동이 뜻깊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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