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요충지 헤르손 수복… “물·전기 다 끊겼지만 회복할 것”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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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러시아군이 퇴각한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주민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거리로 몰려 나와 자국 군인들을 환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2일 러시아군이 퇴각한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주민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거리로 몰려 나와 자국 군인들을 환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개전 직후 러시아에 점령됐던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8개월 만에 탈환하자 많은 시민이 거리로 몰려 나와 해방감을 만끽했다. 헤르손 수복은 이번 전쟁에서 수도 키이우 수성, 동부 하르키우 탈환에 이어 우크라이나가 거둔 최대 전과로 꼽힌다.

하지만 교전 과정에서 전력과 상수도 등 기반시설이 폭격 등으로 대거 파손됐고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고의로 파괴한 시설도 적지 않아 시민들은 춥고 고달픈 겨울을 보내야 하는 처지다. 기초 의약품도 거의 떨어져 보건의료 서비스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헤르손 주민들이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광장과 거리로 몰려나와 시내에 진입한 자국 군인들을 반갑게 맞았다. 주민들은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국가를 불렀고 건물 난간 등에 국기를 내걸었다. 헤르손의 한 주민은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이제 자유를 느낀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인이다“라고 말했다.

헤르손은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지인 크림반도에서 가깝고 우크라이나 중부 중요 수자원인 드니프로 강 하구를 통제하는 전략 요충지다.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한 러시아는 개전 초기인 올 3월 초 헤르손을 점령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1일 8개월 만에 수복했다.

러시아군은 점령 기간 주민들에게 러시아화를 강요했고 납치와 고문, 학대를 가했다. 러시아군이 물러간 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헤르손시 중앙광장에 주민들이 모여 해방을 자축했지만, 헤르손의 많은 시민이 주변 사람의 죽음과 실종 등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 연설에서 ”헤르손의 주요 기반시설들이 모두 파괴됐다“며 ”(러시아)점령자들이 달아나기 전에 통신, 수도, 난방, 전기 등 모든 주요 기반시설을 파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인들은)어디서든 사람들에게 최대한 굴욕감을 준다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며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협상하도록 압력을 가한다는 소문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확산하자 미국 정부는 “대화의 조건, 시기, 내용 등은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사안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협상하도록 압박하거나 지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희경 기자·일부연합뉴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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