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목소리 키우는 친윤… 국힘 전대 일정 빨라지나
장제원, 수석들 퇴장시킨 원내대표 비판
권성동·석동현, 당 안팎서 목소리 높여
윤도 전대 연기 현 지도부에 불편한 심기
내년 2~3월 전대 공식화 전망에 힘 실어
‘이태원 참사’ 조문 국면으로 잠시 가라앉았던 국민의힘 차기 당권 경쟁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의 첫 여당 대표를 뽑는 만큼 어느 때보다 ‘윤심’(尹心) 향배에 관심이 쏠리는데, 소위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참사 수습 국면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차기 당권 레이스 구도가 조기에 만들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심을 받은 당권 후보가 레이스 초반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참사 수습을 명분으로 현 지도체제를 유지하려는 비대위의 행보에 친윤계가 제동을 건 셈이다.
국민의힘 주변에서 특히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 행보에 주목한다. 장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의원들이 부글부글하고 있다”며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통령실 수석 2명을 퇴장시킨 것에 대해 사실상 경고했다. 정치 현안에 대해 다소 거리를 두던 장 의원이 지도부를 공개 비판한 것은 윤심을 대변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기간 MBC 출입 기자들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에서도 친윤계의 움직임이 보인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준석 전 대표가 SNS에 “자유라는 두 글자가 가진 간결함과 무거움, 그리고 어려움”이라고 쓰면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해온 윤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당권 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도 유사한 톤으로 비판에 나섰다.
그러자 친윤계 권성동 의원은 당원 행사(9일)에서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대통령 영향력과 비교하면 1000분의 1밖에 안 된다. 우리는 윤 정부가 성공하도록 뒷받침을 잘해야 한다”며 이들을 압박했다.
친윤계가 전면에 나선 형국인데, 이는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일정을 뒤로 미루려는 현 지도부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친윤계 한 의원은 “(정진석)비대위원장이 하루라도 더 대표를 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일부에서 전당대회를 4~5월에 치러야 한다는 얘기가 언론에 흘러나오는 것도 (현 지도부의 의지와)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친윤계 입장에선 내년 초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서둘러 뽑고 안정적으로 차기 총선을 준비한 뒤 총선 승리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데, 현 지도부가 이 시기를 의도적으로 늦추면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친윤계가 당초 계획대로 2~3월 전대 추진을 공식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친윤계 국회의원 공부 모임으로 불리는 ‘민들레’(민심 들어볼래) 모임이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모임에는 벌써 60명이 넘는 여당 의원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외곽에서도 친윤 인사들의 보폭이 넓어지는 모양새다. 핵심 친윤 인사로 불리는 석동현 신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윤석열 정부 국정철학에 부합하도록 자문위원 구성을 재편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석 처장은 지난달 취임식에서 “새 대통령님의 국정철학과 통일정책, 대북정책 등 기조에 충실하게 따르고 또 그 자문에 응할 수 있는 분들로 자문위원들을 재편해서 민주평통이 새 정부가 추구하는 자유의 가치와 평화통일 정책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노력해야 하겠다”고 강조한 것이 최근 뒤늦게 언론에 알려졌다. 차기 총선을 위해 외곽에서도 친윤계가 뛰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