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돈가뭄’ 중소 증권사에 1조 8000억 푼다
연말 만기 물량 해소 전망
증권사 ‘옥석 가리기’ 가능성
‘레고랜드 발’ 자금시장 경색 여파로 중소 증권사가 보증한 A2 등급 유동화기업어음(ABCP)가 요주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1조 8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11일 중소형사가 보증한 A2 등급 ABCP를 우선 매입하는 1조 8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지원책을 내놓았다. 당초 9개 대형 증권사가 4500억 원 규모로 중소형사 ABCP를 지원하기로 한 프로그램에 산업은행과 증권금융을 합류시켜 지원 규모를 1조 8000억 원으로 대폭 늘렸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1조 원가량의 물량을 충분히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가 보증한 PF ABCP 전체 규모는 20조 2867억 원이다. 이 중 중소형 증권사가 보증한 A2 등급 ABCP는 1조 5226억 원으로, 이 가운데 1조 1244억 원이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한다.
특히 A2 등급 ABCP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한 가운데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증권사가 보증한 ABCP 시장 전체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전 6~7% 수준에서 형성됐던 PF-ABCP 금리는 최근 10~11%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정부가 A2 등급 ABCP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자금시장 경색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강원도가 보증을 선 PF ABCP마저 불안하다는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로 PF 시장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며 중소형 증권사가 보증한 ABCP 만기 물량이 차환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경계심이 확산하고 있다.
채무 보증을 제공한 증권사들은 차환에 실패할 경우 자체 매입으로 물량을 막아야 하는데, 한 곳이라도 유동성 부족으로 물량을 소화해내지 못할 경우 연쇄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의 잇단 지원책으로 연말까지 증권사의 유동성 위기는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증권사별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뒤따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초자산의 부실 여부에 따라 증권사 리스크가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