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체육공원 휘젓는 초경량 비행장치, 불안해요”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조종 동호인들 날리는 비행장치
주말이면 10여 대씩 날아다녀
빠른 움직임·소음에 이용객 불편
항공법 적용 안 돼 규제 처벌 애로
내년 파크골프장 개장 우려 증가

초경량 비행장치 조종자들이 13일 ‘사용 자제’ 현수막이 걸린 김해 대동생태체육공원에서 기체를 날리고 있다. 이경민 기자 초경량 비행장치 조종자들이 13일 ‘사용 자제’ 현수막이 걸린 김해 대동생태체육공원에서 기체를 날리고 있다. 이경민 기자

초경량 비행장치 조종 동호인들이 주말마다 김해 대동생태체육공원에 몰려 공원 방문객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내년 초 이 공원에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파크골프장이 문을 열 예정인데다, 항공법 영향도 받지 않는 구역이어서 이용객 안전 확보와 불편 해소 방안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오후 2시,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을 때 조종 동호인 10여 명이 초경량 비행장치를 날리고 있었다. 헬리콥터부터 경비행기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같은 동호회 회원들로 보이는 일부는 서로 비행장치를 점검해주며 이야기를 나눴다.

문제는 기체가 내는 크고 요란한 소리,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이다.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방향을 바꾸고 비행하는 모습이 위협적으로 느껴져 신경이 곤두섰다.

공원 화장실 입구에 서서 뒤편 들판 위로 비행장치를 날리는 사람도 보였다. 화장실 이용객들은 신경이 쓰이는 듯 자주 방향을 트는 기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주촌면 주민인 한 방문객(40)은 “날씨가 좋아 바람도 쐴 겸 가족과 공원을 찾았다. 탁 트인 벌판과 낙동강이 있어 경관이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차에서 내리니 시끄러워서 조용히 쉴 수가 없다. 화장실도 이렇게 마음 졸이며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파크골프장 조성 부지 위를 날고 있는 초경량 비행장치. 이경민 기자 파크골프장 조성 부지 위를 날고 있는 초경량 비행장치. 이경민 기자

김해시 관계자는 “장애물이 없어 비행하기 좋은 입지라 소문이 나면서 1년 반 전부터 조종자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더욱 많아졌다”며 “시민 불편과 불안을 인지하고 있지만 관련 법이 없어 계도 외에는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지방항공청에 따르면, 실제 대동생태체육공원은 항공법 영향을 받는 관제권에서 빠져 있다. 관제권은 김해공항 보호를 위해 지정된 구역으로 공항 반경 9.3km 구간에 한한다. 대동면 전역에 관제권이 걸쳐 있지만, 대동생태체육공원은 포함되지 않는다.

부산항공청 관계자는 “이곳은 공군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지역”이라며 “이런 경우 중량 25kg 미만 기체는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다. 하지만 조종자 준수사항이 있어 인적·재산적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를 할 땐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피해 사실이 입증되면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규정에 두루뭉술한 부분이 있다”며 “초경량 비행장치 조종의 경우 시민 취미생활과 연관돼 있어 국가가 강하게 규제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초경량 비행장치를 날리는 조종자들. 이경민 기자 초경량 비행장치를 날리는 조종자들. 이경민 기자

김해시 역시 관련 법이 마련돼야 지자체 차원에서 대처할 명확한 근거가 마련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시 관계자는 “주중에 단속하고 있지만 항공법 등 관련 법이 없어 통제가 잘 안된다. 차단도 해봤지만, 조종자들이 공공시설 이용을 막는다며 항의를 했다”면서 “내년 파크골프장이 문을 열면 방문 차량과 사람이 많아질 텐데, 솔직히 안전사고가 날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