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영국서 ‘급제동’
CMA. 독과점 해소 방안 요구
28일까지 추가조사 결정 예정
실패 땐 미국 등 심사 차질 예상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대해 영국 경쟁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서울~런던 노선에서 운임 상승과 서비스 품질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경쟁당국은 이 같은 독과점 부작용을 해소할 방안을 제출하라고 대한항공에 요구했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14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런던과 서울을 오가는 승객들이 더 높은 가격과 낮아진 서비스 품질을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화물운송에서도 영국 사업자들이 한국에 화물을 운송하는 데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CMA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우리들의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양사의 인수합병은 더 자세한 조사(more in-depth investigation)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CMA는 대한항공 등에 11월 21일까지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CMA는 자료를 검토한 이후 11월 28일까지 추가 조사에 들어갈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이 영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미국, 유럽연합, 일본, 중국 등 남은 주요국 심사에서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2020년 11월 정부와 산업은행의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해왔으나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가 길어지면서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2020년 당시 산업은행은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백기사’로 나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지켜줬고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했다.
이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국내외 경쟁당국 심사를 진행해 왔으나 핵심 당국인 유럽연합과 미국 등의 허가를 얻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의 재무지표 악화가 계속되면서 정부의 항공사 합병 정책이 결국 한진칼 조원태 회장 경영권 지킴이 역할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산업은행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 이후 수 조원대의 예금을 산업은행에 몰아주는 등 ‘밀월’ 행보를 보여왔다. 대한항공 등 산업은행과 ‘특수관계’인 항공사들이 퇴직연금 등 금융상품을 산업은행에 몰아준 행위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