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해진이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올빼미’로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다. NEW 제공

“데뷔 후 처음으로 왕을 연기했어요. 연극 할 때를 생각하며 연기했죠.”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올빼미’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유해진의 말이다. 이 작품에서 인조로 변신한 그는 욕망과 광기로 똘똘 뭉친 캐릭터를 밀도 있게 펼쳐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해진은 “다른 현장보다 무겁고 진지하게 촬영한 작품”이라며 “곤룡포를 입으니 마음가짐도 달라지더라”고 웃었다.

유해진이 주연으로 나선 이 영화는 주맹증을 앓는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뒤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유해진은 “이번 작품의 인조를 영화 속 가상 인물로 보고 싶었다”며 “일부러 다른 작품을 참고하거나 롤모델을 따로 두지 않고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관객들이 보고 ‘저게 왕이야?’란 생각이 들게 캐릭터를 잡았어요. 수염도 일부러 짧게 붙였고 흐트러진 자세로 촬영했죠.”

영화 ‘올빼미’ 스틸 컷. NEW 제공

무엇보다 신경 쓴 건 ‘첫 등장’ 신이었다. 유해진은 “그동안 관객들에게 코믹한 모습을 많이 선보여서 걱정이 조금 됐다”며 “처음에 제가 왕이라고 등장했는데 다들 웃으면 어떡하나 싶었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감독님께 첫 등장 신을 바꾸자고 제안했다”면서 “관객에게 시간을 좀 주고 천천히 스며들게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가볍지 않게 풀고 싶었어요. 배역이나 이야기가 모두 굵은 편이라 그런지 연극 무대가 생각나더라고요. 연극적인 에너지를 갖고 연기하려고 했죠. 발성이나 행동은 물론이고 표정 하나 걸음걸이 하나까지 무게감 있게 보이려고 했어요.”

촬영 현장에선 스스로 고립시켜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했단다. 그는 “쉬는 시간에 농담도 많이 안 하고 혼자 있으려고 했다”며 “혼자 걷기도 하면서 무겁고 진지하게 있다가 촬영에 들어갔다”고 돌아봤다. 유해진은 “촬영을 할 때 궁중 의상 하시는 분이 오셔서 옷을 입혀주셨다”며 “옷을 여러 겹 입는 동안에 마음가짐도 달라져 행동에도 신경 쓰게 되더라”고 했다.

영화 ‘올빼미’ 스틸 컷. NEW 제공

유해진은 “현실감을 살리려고 특수 분장은 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그는 “구안와사나 경련이 있는 모습을 따로 분장하지 않았다”면서 “얼굴에 뭐를 하나라도 붙여 놓으면 거추장스러워서 연기할 때 불편하더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유해진은 “코를 한 번 쓱 닦으려고 해도 분장한 걸 생각하면 제약이 생긴다”며 “수염을 붙였는데 특수 분장까지 하면 힘들 것 같아서 내가 어떻게든 알아서 연기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극 중 맹인 침술사를 연기한 류준열과는 이번 작품에서 세 번째 연기 호흡을 맞췄다. 영화 ‘택시운전사’(2017)와 ‘봉오동 전투’(2019)에 이어서다. 유해진은 “이제 류준열 배우와 서로 예의를 갖추지 않고 만날 수 있는 편한 사이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친근감을 드러냈다. 그는 “준열 씨가 작품 초반부터 끝까지 쭉 끌고 가는 캐릭터로 나온다”며 “배우로서 완급 조절에 능하고 에너지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고 했다.

배우 유해진이 영화 ‘올빼미’로 관객을 만난다. NEW 제공

영화 ‘올빼미’ 스틸 컷. NEW 제공

유해진은 이날 최근 들어 다시 침체한 극장가 분위기를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예전처럼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 영화를 보고 많이 웃어주셨으면 좋겠다”며 “저도 특정 장르만 고집하지 않고 여러 장르로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올빼미’는 제게 소중한 작품으로 기억될 겁니다.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거든요. 여운도 길게 남아 앞으로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아요.(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