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북핵 견제, ‘사드 추가 배치’로 압박
북한 도발 제지 중국 역할 강조
전 안보라인 관료 등 공개 언급
북한이 무력 도발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동아시아에 군사력을 강화하겠다고 미국이 밝히면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추가 배치가 방안으로 거론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11일)를 통해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 미국과 중국의 격전지인 동남아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전략에 보조를 맞추겠다고 밝히면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드 추가 배치 가능성이 고개를 드는 양상이다. 한·미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행동을 끌어내는 수단으로 사드 추가 배치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사드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을 의식해 미국의 인·태 전략 편에 거리를 뒀는데, 윤 대통령은 인·태 전략을 공개하며 미국에 적극 호응한 것이라 더욱 그렇다. 정부의 국정과제에서는 빠졌지만,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이미 ‘사드 추가 배치’를 한 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거기에다 미국 정가에서 최근 중국 압박을 위해 사드 카드를 꺼내들면서 추가 배치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브리핑에서 “북한이 계속 이런 (도발)길을 걸으면 지역에 미국의 군사와 안보 존재(병력 주둔 또는 무기 배치)를 더 강화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는 점을 전할 것”이라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사드 추가 배치는 합리적인 조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RFA에 따르면 미국의 전직 안보라인 관료들도 거들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도 “북한이 미사일과 핵 역량 개발을 지속하면 미국은 중국이 원하지 않는 사드 추가 배치 등 미사일 방어 강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자주 그리고 길게 이뤄지거나 일시적으로 미 육군과 해병대 추가 배치 등의 방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처음 대면하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당장 중국을 자극하는 사드 추가 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자회의 중 잠시 성사된 양자회담이자 첫 만남인 만큼 양 정상이 무거운 주제를 두고 본격적으로 줄다리기를 벌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윤 대통령은 인·태 전략을 공개하면서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 등 시 주석과의 첫 대면을 앞두고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비친 바 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