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부적절… 2차 가해 부추겨” 국힘 “분노”… ‘야당 배후설’ 제기
[이태원 희생자 공개 파문] 정치권 등 반응
정부 “유족 동의 없이 공개 유감”
언론단체 “정쟁은 비판받아 마땅”
한 언론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의 동의 없이 명단을 공개하면서 파장이 계속된다. 정부뿐 아니라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어제 한 온라인 매체가 돌아가신 분들의 명단을 공개했다”며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유가족분들의 동의조차 완전히 구하지 않고 공개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유가족과 다친 분들의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를 요구해 온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유족 동의가 없이 명단이 공개된 것은 부적절하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유가족의 동의가 있고 난 뒤에 공개하는 것이 백번 옳은 판단”이라며 “실제로 제가 아는 유족 중의 한 분은 이름을 정말 알리기 싫어했다. 이름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하신 분도 있다”고 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바람에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 네티즌이 느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2차 가해를 부추겨 유가족을 더 큰 고통 속에 몰아넣는 일이 될까 두렵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배후로 민주당을 지목하고 맹공을 퍼부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명단 공개는 법률 위반이라는 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는데도 공개를 강행한 것은 그들의 의도가 얼마나 악의적이고 치밀한지 잘 보여 준다”며 “결과적으로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명단을 구해 공개해야 한다는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주장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유족의 동의 없는 일방적 희생자 명단 공개에 분노한다”면서 “민주당에 묻는다. 언제부터 대한민국 정치가 잔인하다 못해 무도해졌느냐. 지금이라도 ‘이재명 방탄’을 위해 이태원 참사의 비극을 이용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도 논평에서 “정부여당과 일부 친여 매체가 이태원 참사 책임론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이른바 ‘정쟁화하지 말라는 정쟁’을 벌이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언론이 유족 동의를 거치지 않고 희생자 명단을 공표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8명 중 155명의 실명을 공개했던 인터넷 매체 ‘민들레’는 이날 일부 이름을 익명으로 수정했다. 민들레는 “신원이 특정되지 않지만 그래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해 온 유족 측 의사에 따라 희생자 10여 명의 이름은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