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자재 가격·금리 상승 문제…더 큰 현안은 고용”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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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 부산일보 해양CEO아카데미 7기 초대 회장

중소기업 고용 지원 정책 강화 주문
유압시스템·갑판기계 30여 년 ‘한 우물’
“제조업 근무 보람 청년에게 되찾아 줘야”

신상호 부산일보 해양CEO아카데미 7기 초대 회장 신상호 부산일보 해양CEO아카데미 7기 초대 회장


“여건이 너무 좋지 않아요. 원자재 가격이 너무 올랐고, 금리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고 있습니다. 제조업, 특히 지방에서 제조업을 하는 것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부산일보 해양CEO아카데미 제7기 원우회의 초대 회장을 맡은 신상호 신신중공업(주) 대표는 부산 해양산업의 미래에 대해 묻자 손사래부터 쳤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가 더 어렵다고 하는데, 산업 현장을 지키고 있는 기업인으로서 걱정이 많습니다.” 체감 경기가 전망치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그는 토로했다.

하지만 그가 정작 더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금리가 아니다. 이런 문제는 늘 있던 것이고, 이른바 ‘관리 잘하고 잘 버티면’ 견뎌낼 수 있다고 그는 단언했다.

“진짜 더 크고 고질적인 문제는 고용입니다. 아무리 경기가 좋아지고, 주문이 쏟아져도 일할 사람이 없으면 공장을 돌릴 수 없잖아요.”

그는 조선기자재인 유압 시스템과 관련 부품, 갑판기계 등을 생산하는 신신중공업(주), 코리아정공(주) 등 두 개 제조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고용한 인력은 60명가량 된다. “기업 규모에 비하면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닐 겁니다. 그러나 더 고용하고 싶어도 사람을 구할 수가 없어요.”

오죽하면 다른 기업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사위까지 억지로 데려왔을까, 라며 그는 피식 웃었다. 중소기업, 특히 부산의 제조업체로선 수단과 방법을 가릴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고용은 전 사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서 풀어야 합니다. 제조업에서 일하는 보람을 청년들에게 되찾아 주지 못하면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는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특히 지방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에 대한 고용 지원 정책은 출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시급하다는 얘기다. “디지털 전환, 친환경 사업 지원도 좋지만 당장 일할 사람이 없어서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면 이 모두가 배부른 소리가 아닐까요.”

그는 요즘 물류산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제조업에서 고용의 어려움이 너무 크기 때문이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재취업 허용 정책이다. 과거에는 한 번 고용한 외국인 노동자를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시 데려올 수 없었다. 지금은 취업 의사가 확인되면 같은 기업이 재고용할 수 있게 됐다. 친기업 정책의 핵심은 고용이라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경북 의성 출신인 신 회장은 1988년 부산에 첫발을 디뎠다. 당시 금융계에 입사하려 했지만 정작 취업의 운이 닿은 곳은 유압 부품을 생산하는 부산의 한 외국계 제조업체였다. “예상하지 못한 길이지만, 34년을 한 우물만 판 셈이 됐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5년간 일하다 1993년 신양산업을 설립했다. 그리고 4년 뒤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회사 이름도 코리아정공(주)으로 바꿨다. 제품 출시를 막 앞두고 공장을 팔아야 하는 위기를 겪은 적도 있지만, 제조업에 종사하는 자부심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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