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역 없는 수사로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해야
특수본, 행안부와 서울시 수사 본격화
‘꼬리 자르기’ 아닌 ‘윗선’ 수사가 핵심
이태원 참사에 대한 수사가 ‘재난 컨트롤타워’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 수사 초기 일선 실무진에 초점이 맞춰지며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난이 일었다. 경찰이 특별수사본부까지 차렸지만 셀프 수사로 ‘윗선’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소환 조사를 앞둔 용산경찰서 정보계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해 경찰 내부에서조차 참사의 근본 원인인 부실한 지휘 체계 규명보다 실무진 책임을 묻는 수사에만 치중한다는 반발 여론이 많았다. 특수본은 뒤늦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행안부와 서울시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수본은 17일 행안부와 서울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과 소방의 초동 대응 차원을 넘어 참사와 관련된 ‘윗선’ 수사를 본격화한 것이다. 특수본은 압수수색을 통해 이들 기관 내부의 핼러윈 축제 관련 문서와 참사 대응 자료, 매뉴얼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수사 초기 직접 수사 인원 152명을 포함해 500명의 대규모 인원을 투입하고도 용산경찰서장 등 일선 실무 책임자와 실무진 7명만 입건해 수사를 진행했다. 이 때문에 행안부와 서울시 등 ‘재난 컨트롤타워’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못하고 경찰도 수뇌부는 놔둔 채 실무진 수사에만 치중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제대로 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면 특검 등 외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특히 정부의 재난·안전 총괄 책임자인 이 장관의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수본이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듯 뒤늦게 이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 또한 특수본의 의지라기보다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이 이 장관을 직무 유기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조치다. 이 때문에 특수본이 비판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보여 주기식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의혹을 불식시켜야 하는 것이 특수본의 일이다. 재난안전법상 행안부 장관은 국가 및 지방자체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이 장관에 대한 수사가 핵심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이태원 참사는 경찰과 소방, 행안부와 지자체,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등 국가 재난안전시스템의 총체적 부실로 빚어진 참극이다. 이에 상응하는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책임은 제게 있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 의지를 수차례 밝혀 왔다. 원인 규명과 제도의 미비점에 대한 대수술뿐 아니라 공직자들의 잘못에 상응하는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책임자 처벌 없는 재발 방지 약속은 헛구호에 불과하다. 책임자에 대한 처벌의 범위도 국민이 납득하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