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안 심의, 지역 살릴 균형발전에 방점 찍어야
17일부터 국회 예산안 세부 심사
여야, 정치적 이해관계 넘어 협치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가 17일부터 가동되면서 내년도 예산안 세부 심사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예산안조정소위는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결과를 토대로 새해 예산안의 최종 증감액을 확정하는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다. 예산안을 놓고 극한 대치를 이어 온 여야가 마지막까지 민생 안정보다는 정치 논리에 따라 치열한 예산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서 국민들의 걱정이 크다. 무엇보다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지역균형발전 예산이 홀대받는 것은 더욱 안타깝다. 지역 발전의 소중한 마중물 역할을 해 온 지역화폐 예산은 이미 전액 삭감된 상태다. 이번 예산안 심사만큼은 정치 논리를 넘어 지역을 살리는 균형발전에 방점을 찍는 소중한 기회가 돼야 한다.
내년도 예산에서 지역화폐 예산 전액이 삭감된 것은 민심과 동떨어진 정부 정책의 허점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지역화폐는 동백전을 운영 중인 부산시를 비롯해 전국 자치단체장들이 그 필요성을 인정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73.2%가 정부의 지역화폐 예산 지원에 찬성하고 있다. 소액의 예산으로도 정책 효과가 크기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것이다. 지역화폐 예산은 정치 논리에 따른 호불호의 관점으로 접근할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이번 예산안 세부 심사에서 삭감된 전액이 복구될 수 있도록 여야 협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지역화폐뿐만 아니라 지역을 골고루 발전시키는 데 쓰이는 균형발전 예산도 자꾸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얼마 전 내년도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 예산을 1조 8000억 원 늘렸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전국적이고 보편적인 복지 서비스를 상당수 균특회계로 이관한 탓에 나타난 수치 부풀리기로, 실제로는 2조 7000억 원이 감소한 것이다. 더군다나 국가의 보편 복지를 지자체 부담으로 슬쩍 떠넘긴 자체가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부족한 예산을 늘려 주지는 못할망정 꼼수를 쓰면서까지 지역균형발전 예산을 깎고 지자체의 자율성까지 훼손하는 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지역균형발전 예산 홀대는 가덕신공항 건립과 월드엑스포 유치 등 부산 지역의 10대 핵심 사업과도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서 우려를 더한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국회를 돌며 예산 증액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야가 극한 대치 전선을 형성 중이어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지역균형발전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흔들려서는 안 되는 국가적 과제다. 여야 정치권이 이번 예산안 심사를 지역균형발전을 지키는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해야 한다. 지역 정가도 여야 없이 지역현안 사업 지키기에 힘을 모아야 함은 물론이다. 정쟁에 가려 지역균형발전 원칙이 저해되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