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명의 정견만리(正見萬理)] 오페라하우스, 짓겠다는 건가 말겠다는 건가
논설위원
착공 4년에 공정률 겨우 30%대
완공 시점 계속 지연되며 하세월
경쟁 도시 인천보다 뒤처질 수도
사업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공법 변경에 무단 시공 논란까지
관리·감독 부산시 자성·분발해야
인천시가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송도국제도시에 1400여 석 규모로 짓는다는데, 2027년 개관할 모양이다. 총 2200억 원 정도의 사업비를 인천시 재정사업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국제적 수준의 공연이 가능한 오페라하우스는 현재 두 곳이다. 하나는 서울에 있다. 1988년 건립된 예술의전당 안에 있는 오페라하우스다. 오페라 전용 공연장만 2200여 석 규모다. 다른 하나는 대구오페라하우스다. 삼성그룹이 지어 대구시에 기부채납한 것으로, 2000년 11월에 착공해 2년 9개월 만인 2003년 8월 1500여 석 규모로 개관했다. 재단법인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운영주체다. 연간 100억 원 정도의 시비로 운영되며, 해마다 오페라 관련 축제와 공연을 펼친다.
이런 이야기가 부산 시민으로서 범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부러우면서 씁쓸하다. 벌써 개관해 운영에 들어갔어야 할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십수 년째 표류 중인 것이다.
부산시가 롯데그룹과 오페라하우스 건립기부약정을 체결한 게 2008년 5월의 일이다. 1800여 석 규모로 지을 예정인데, 착공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8년에야 가능했다. 롯데가 약속한 기부금 완납이 그 직전에야 이뤄진 탓이다. 그런데 착공 후 4년이 지났건만 공정률이 여태 40%가 안 된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이미 올해 5월께는 완공됐어야 했다. 그나마 지금 공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그 전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설계 부실 의혹, 재원 확보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공사 지연이 되풀이됐다. 지금은 건물 전면부의 공법 변경과 기초구조물 무단 시공 논란으로 또다시 난관에 처했다. 이를 두고 부산시, 설계사, 시공사, 감리사 등이 잘잘못과 책임 소재를 놓고 논쟁을 거듭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부산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가 두 차례나 있었는데 누구 말이 옳은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사공들이 저마다 자기가 옳다며 소리 높이니 배가 산으로 가는 꼴이다.
이런 판이니 올해 5월 개관이라는 당초 약속은 허언이 돼 버렸고, 이후 완공 예상 시점도 2023년 초라고 했다가 또다시 2024년 말로 미루는 등 혼선을 빚었다. 지금 상황으로는 2024년 말 완공도 어렵다는 게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건물 전면부 등 외부 공사를 놓고도 이렇게 갑론을박에 지지부진인데, 예술 공연장이라는 특성상 훨씬 정밀해야 할 내부 공사는 말도 못 꺼내는 형편이다.
행여 늦게나마 예정대로 완공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오페라하우스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가 개관 전에 정해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작업은 지금껏 윤곽이 불분명하다. 대구오페라하우스처럼 재단법인 형태가 지역 예술계의 중론이지만 부산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와 부산시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기존의 공공기관도 없애는 마당에 새 법인이 가당키나 하냐는 것이다. 부산시는 직영 사업소 형태나 ‘행정은 공무원, 공연은 외부 전문가’ 형태의 책임운영기관제 등을 대안으로 염두에 두는 모양이나 지역 예술계가 반대하고 있다.
최대 난제는 돈 문제다. 롯데가 약정했던 건립 기부금 1000억 원을 완납한 게 2017년 8월이다. 부산시가 돈을 다 받아 내기까지 9년이나 걸린 것이다. 삼성의 대구오페라하우스 건립 과정과 비교하면 참으로 아쉬울 따름이다.
당초 부산시가 예상한 총사업비는 그 1000억 원을 포함해 총 2500억 원이었다. 1500억 원은 부산 시민의 혈세로 채워야 한다. 더구나 이후 공법 변경과 인건비·자재비 상승 등으로 사업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부산시가 지난해 고쳐 산정한 금액이 3050억 원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나라 안팎의 형편으로 볼 때 앞으로 사업비가 어디까지 치솟을지 아무도 모른다. 부산시는 국비 지원을 바라지만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해양수산부가 오페라하우스 사업을 북항재개발사업에 흡수하기로 했다(이 경우 국비 지원이 가능하다)는 소식이 최근 알려져 반색했으나, 아직 아무런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일이 뜻대로 안 될 경우 그 부담은 또다시 부산 시민이 져야 한다.
이게 다 누구 책임인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시에 궁극적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오페라하우스 실현 의지가 있기나 한 건지 의심이 들 정도다. 오페라하우스가 부산 시민에게 무슨 득이 될까라는 의문은 이제 무의미하다. 이왕 짓기로 했으니까. 그렇다면 제대로 제때 지어야 한다. 서울은 차치하더라도, 경쟁 도시라 할 수 있는 인천과 대구까지 마냥 부러운 눈길로 봐야 하는 부산 시민의 모습은 안쓰럽다. 부산시 당국의 자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