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시인은 가장 짧고 아름다운 기도가 엄마라 했다
시가 있으므로 세상은 따스하다 / 김종해
한 생은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시가 있으므로 세상은 따스하다〉(북레시피)는 부산 출신 81세 김종해 시인의 첫 산문집이다. 그는 ‘아침에 짤막한 시 한 줄을 읽었는데, 하루 종일 방 안에 그 향기가 남아 있는 시’가 좋다고 한다.
부산 초장동의 가난이 있었다. 부두 하역 노동자였던 아버지는 파상풍에 걸려 젊은 아내와 자식 넷, 그리고 가난과 빚을 남겨두고 1954년 타계했다. 무책임하게 돌아가신 무능력했던 아버지를 그는 늘 생각한단다. ‘아버지, 저를 불러내소서. 불러내어 좀 더 큰일에 몰두하게 하소서.’ 그의 어머니는 충무동 시장에서 온갖 장사를 하며 자식들을 키웠다. 밀주 단속반에 걸려 술독을 깨뜨리며 울던 그 어머니. ‘어머니는 언제나 우리들의 하늘입니다.’ 그 어머니가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낸 자식 둘을 키웠다. 그와, 먼저 고인이 된 6살 아래 동생 김종철 시인은 각각 출판사를 창업하기도 했다. 천마산과 초장동, 부산이 키운 시인들이다.
그는 대학에도 가지 못하고 형이 다니던 철공소에 다니며 용접 일을 배워 동해를 오르내리는 배를 탔는데 그 경험으로 그를 문단에 각인시킨 ‘항해일지’ 연작시를 쓰기도 했다. 젊은 시절 그는 호주머니에 삶의 배수진 같은 ‘청산가리’를 넣고 다니며 자신을 독려했다고 한다.
1963년, 1965년 시단에 나온 그는 서정주를 가까이서 존경하고, 박목월 박남수와 특별한 인연을 맺으면서 그들을 스승으로 모셨다. 글들에서 그들 스승에 대한 사모와 존경의 마음이 진하게 묻어나고 한국 문단의 이런저런 사연이 드러난다. 인류사를 통틀어 소설가 한 사람을 들라면 도스토옙스키를 호명하겠다는 그. 하지만 그가 마지막까지 부르는 하나의 이름은 어머니다. 동생 김종철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짧고 아름다운 기도’가 ‘엄마’라고 했고, 그는 ‘나의 별로 돌아가기 전에/내가 마지막으로 부르고 싶은 이름/어머니’라고 썼다. 김종해 지음/북레시피/244쪽/1만 4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