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산업 발전으로 위태로운 환경에 노출된 나비들
나비의 언어 / 웬디 윌리엄스
‘나방의 더듬이는 굵고 털이 나 있다. 나비의 더듬이는 날렵하고 끄트머리에 혹이 있다. 나방의 몸통은 땅딸막하지만 나비의 몸통은 늘씬하다. 나방은 밤에 날아다니고 나비는 낮에 날아다닌다. 나방은 색이 칙칙하고 나비는 예쁘다. 일반적으로도 다들 이렇게 알고 있다. 나의 대답은 번번이 틀렸다.’
인간과 나비 함께 한 역사·문화 추적
장거리 이동 제왕나비 얘기 흥미진진
〈나비의 언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우리가 나비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은 상태일 거라고 밝힌다. 과학칼럼니스트인 저자 웬디 윌리엄스는 최신 과학 연구가 밝혀낸 새로운 나비 이야기를 수집하고 인간과 나비가 함께해 온 역사와 문화를 좇는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을 비롯해 롤리타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처럼 잘 알려진 인물은 물론 대중에게 익숙하진 않지만 나비 연구에 있어 큰 공헌을 한 허먼 스트레커, 샬럿 코플런 힐,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어밀리아 제부섹 등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덕후들이 어떻게 나비를 연구했으며, 얼마나 열정적으로 나비를 연구했으며, 그러한 연구가 학문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보여준다. 나비 연구 덕후들이 풀어낸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비들이 품은 비밀은 흥미진진하다.
‘A4853번 꼬리표를 단 나비는 여행을 시작한 지 19일 만에 샌프란시스코 노스 비치에 나타나 5층 건물의 옥상 정원에서 버베나와 란타나로 포식을 했다. 그 건물의 입주자 리사 데 앤젤리스는 나비 동영상을 찍으면서… 날개에 달린 작은 꼬리표를 발견하고서 영상을 확대해 이메일 주소와,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나비를 관찰한 내용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읽었다.’
저자는 월동지를 찾아 캐나다에서부터 멕시코까지 이동하는 제왕나비를 추적한다. 나비들의 이동경로를 확인하는 연구방법을 보여주고, 나비들의 장거리 이동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여러 가설을 통해 입증한다. 개체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이며, 나비들이 어떤 환경에서 잘 번식하는지 등을 연구해서 환경 파괴로 사라지는 나비들을 보호하기 위해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 지역 사회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이야기한다.
‘캘리포니아의 제왕나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누구도 확실히 모른다. 우리가 아는 바는 단 하나, 제왕나비들이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리건주의 서세스회는 2018년도 추수감사절 집계를 완료한 후 산맥 서쪽의 나비 개체 수가 87%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저자는 나비들이 기후 위기와 산업 발전 등 위태로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미래에는 나비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저자는 곤충들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나비 등 모든 곤충들은 생태계에서 고유한 역할을 한다. 그들이 그들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때 꽃은 열매가 되고, 그렇게 자연은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웬디 윌리엄스 지음/이세진 옮김/그러나/332쪽/1만 8000원.
천영철 기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