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따뜻한 이야기와 함께하는 사계절 제철 요리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 / 양영하
자연은 요리의 보고이다. 일찍이 유명을 달리해 많은 이에게 아쉬움을 안긴 방랑 식객 고 임지호 셰프는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잔디, 잡초, 이끼, 나뭇가지 같은 자연 그 자체가 음식 재료로 둔갑하는 모습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그는 길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기꺼이 그러한 음식들을 대접했다. 지리산에서 만난 할머니를 어머니로 모시며 지극 정성으로 산에서 얻은 먹을거리를 요리했다.
우리는 이제 또 하나의 지리산 음식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이 그것이다. 지은이는 지리산학교 발효산채요리반의 양영하 씨이다. 귀농한 이들에게 가르쳐온 각종 산나물과 제철 재료 요리법을 책으로 펴냈다. 10년 동안의 요리 수업 내용을 정리한 이 책은 소담한 음식 조리법과 요리를 중심으로 지리산 자락에 모인 사람들과 나눈 따뜻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2011년부터 지리산학교 발효산채요리반의 교사를 시작했다. 책은 건강하게 맛과 풍미를 돋구어주는 자신만의 천연 조미료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기존의 요리법을 살짝 변형해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며 창작의 기쁨을 추구해온 저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제철 요리 레시피 68개를 소개한다.
봄에는 산과 들에 핀 머위, 명이나물, 제피, 뽕잎나물, 고추나무 순 등을 뜯어 나물로 무치고 장아찌를 담근다. 한여름 노동으로 땀이 흐르면, 다슬기 한 바구니를 잡아 애호박과 매운 고추 넣고 수제비를 끓여 모두가 행복한 여름 보양식을 만든다. 그네에 앉아 몽환적인 금목서 향을 맡는 가을이 오면 맨드라미 음식을 만든다. 꽃잎이 힘없이 고개를 숙이면 생강청 만드는 일로 겨울을 시작한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글로 요리한 이 책을 보고 읽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따뜻하게 치유된다. 양영하 지음/나비클럽/368쪽/2만 7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