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러-우크라 평화협상 목소리… 젤렌스키, 받아들이나
‘폴란드 미사일’ 계기 변화 기류
젤렌스키, 협상에 다수 조건 제시
최근 폴란드에서 오발탄 추정의 미사일이 떨어진 사건 등을 계기로 서방과 우크라이나 간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의 낙탄으로 잠정 결론 내렸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소행 가능성을 재차 주장했다. 또 미국 내에서 불거지는 평화협상론에도 우크라이나는 다수의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는 상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폴란드 동부 프셰보두프 마을에 떨어진 미사일이 오폭된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이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잠정 결론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미사일이 러시아가 쏜 것으로 믿는다. 우리 군의 보고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나토, 폴란드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소행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의 고집이 서방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17일 취재진으로부터 젤렌스키 대통령 주장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것은 증거가 아니다”라며 일침을 날렸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협상 가능성도 제기한 상황이다. 16일 CNN에 따르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러시아를 영토 전역에서 완전히 몰아내려는 우크라이나의 목표는 달성하기 매우 어렵다. 겨울이 되면 추운 날씨 때문에 전술 작전이 느려질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러시아군 철수 등)정치적 해결을 시작하기 위한 대화의 창이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술 작전을 펼치기 어려운 겨울철을 기점으로 평화협상이 개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서방은 “협상 여부와 시기, 방법 등은 우크라이나가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직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에 평화 협상을 압박하고 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푸틴 대통령이 직접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받았다”면서 “비공개 협상이 아닌 공개 대화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회담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그러나 평화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 전쟁 피해 배상, 전쟁 범죄자 처벌 등을 내세우고 있어 실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