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도 올리기 급한 PK 당권주자들 ‘거칠어진 입’
국민의힘 김기현·조경태 의원
연일 야당에 강성 발언 쏟아내
김기현 “도둑 비호로 폐족 될 것”
조경태, ‘빈곤 포르노’ 강력 비난
지지층 강경보수로 갇힐 우려도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인단 4분의 1가량(지난해 6·11 전당대회 기준)을 차지하는 부산, 울산, 경남(PK)의 대표 주자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김기현(울산 남을),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의 발언 수위가 연일 강경하다. 투표에서 70% 비율을 차지하는 보수 당원들의 표심을 얻고, 상대적으로 약한 인지도를 높이려는 이중 포석으로 읽힌다. 그러나 지나치게 강경 일변도로 나갈 경우, 지지층이 강경 보수로 좁혀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민주당 의원 전체가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백현동, 위례신도시, 성남FC 등 온갖 지저분한 뇌물과 부패, 비리 혐의의 방탄막으로 전락되면서까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물귀신 작전을 써왔지만, 갈수록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더 커지고 있다”며 “희대의 도둑을 비호하는 몰상식의 정치를 계속하다가는 폐족이 되고 말 것”이라고 힐난했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한 김 의원의 발언 수위는 당권 주자 중 가장 강한 편이다. 김 의원은 앞서 “(민주당은)사이비 광신자 수준의 ‘개딸’에게 포로” “제정신 잃은 ‘문빠’들의 아우성에 취해 있던 문재인 정권이 몰락했던 것처럼, ‘개딸’들의 패악질에 가위눌려 있는 이재명의 민주당도 ‘이재(제) 명’이 다해가고 있다” 등의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조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의 ‘빈곤 포르노’ 발언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는 자질이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저도 국회의원이지만 우리나라 국회의원 숫자가 너무 많고 자질이 미심쩍은 국회의원들이 여야에 많이 있다”며 “국회의원들의 말과 행동이 너무 거칠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두 사람은 정책에서도 튀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의원은 ‘여성 군사기본교육 의무화’ ‘포털 댓글 작성자 국적 표기’ 등을, 조 의원은 ‘비례대표제 폐지’ ‘국회의원 정수 100명 감축’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내 시진핑 기증 도서 자료실 폐쇄’ 등을 내놓으며 강성 보수층과 20대 남성(이대남)을 겨냥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반면 당내 비친윤(친윤석열)계와 중도층 여론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지지층을 가진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용산(대통령실)의 생각을 100% 그대로 똑같이 한다면 지지층이 확장될 수 없다”며 거리를 뒀고, 윤상현 의원은 지난 15일 여당에서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대해 “야당이 합세해 국정조사를 하자고 하면, 현실적 측면의 고민(이 있다)”며 야 3당이 강행할 경우 참여해 예산 및 법안 정국에서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내놓기도 했다.
저마다 강점과 약점이 미묘하게 다른 당권주자들이 지지층 확장을 위한 차별화된 행보에 나선 것이지만, 김기현, 조경태 의원의 경우 지나치게 강경 일변도를 고수할 경우 지지층이 강성 보수층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역에서도 나온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온 부산, 울산, 경남이지만 지금 여야 지도부 모두 지역 정치인들은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이런 측면에서 이들 승리가 필요한데, 이준석 체제를 거치며 중도 색채를 가진 당원들도 다수 들어온 만큼 산토끼의 표심에 맞는 언행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의힘이 조직 정비 작업에 착수하면서 새 당 대표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기가 내년 2월부터 6월까지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당무 감사가 보통 3~4개월 소요되고 전당대회 준비에도 한 달 이상 필요한 만큼 여권에서는 물리적으로 '2월 전당대회'는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