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어린 딸 공개에 ‘핵 세습’ 등 해석 분분
‘실제 계승자 아들 보호’ 관측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어린 딸의 모습이 북한 매체에 노출되면서 그 의도와 딸의 정체에 대한 관측이 분분하다. 20일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현장에 김 위원장과 딸이 동행한 모습을 추가 보도했다. 첫 보도 때 전파를 타지 않은 미공개 사진을 대거 공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딸을 뒤에서 꼭 안은 자세로 발사 장면을 모니터하거나, 한쪽 팔로 딸의 어깨를 감싼 채 환호했다. 김 위원장이 발사된 미사일을 바라보는 가운데 곁에 선 딸이 오른손에 시계를 쥔 채 무언가 응시하는 장면도 있었다.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 딸이 셋이서 나란히 걸어가는 다정한 모습도 연출됐다.
백두혈통 로열패밀리인 딸의 얼굴을 드러내면 향후 경호·의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음에도 여러 각도의 모습을 노출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김 위원장이 핵·미사일 개발이 미래 세대의 안전과 체제 영속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읽힌다. 자녀를 꼭꼭 숨겨왔던 김 위원장이 ICBM 발사장에서 파격적으로 공개한 탓이다. 핵 세습을 노골화했다는 말이다.
실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오시여” 발사 과정을 지도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파격적인 결정은 화성-17형이 전략무기로서 안정성을 갖췄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어린 딸 등 가족이 지켜볼 정도로 무기체계로서의 신뢰성을 갖췄다는 것을 선전하려는 의도로 비친다.
노동신문이 20일 자 1면 정론에서 북한이 “이 행성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이라며 “그것은 핵 선제타격권이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국가가 미국의 핵 패권에 맞설 수 있는 실질적힘을 만장약한 명실상부한 핵강국임을 세계 앞에 뚜렷이 실증하는 가슴벅찬 호칭”이라고 자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에선 김 위원장의 딸 공개에 대해 후계구도와 연관한 분석도 제기한다. 정보 당국은 2009년 결혼한 김 위원장과 리설주가 2010년과 2013년, 2017년 자녀를 출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진에 등장한 소녀는 둘째로 추정되는데, 2013년 북한을 방문한 미국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을 통해 이름이 ‘김주애’라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권력을 세습한 김 위원장이 파격적인 방식으로 일찌감치 후계자를 낙점했다는 얘기다.
반면 아직 마흔도 안 된 김 위원장이 벌써 후계자를 공개할 리는 없다는 점에서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공개된 딸이 둘째 김주애가 맞을 경우, 실제 후계자인 첫째 아들은 보호하고 둘째 딸을 정치 이벤트에 등장시켰다는 얘기다. 딸이 공개되면서 오히려 딸은 후계자가 아님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