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난항…특성화 병원 전환 가능성?
민선 7기 이어 8기에서도 공공병원 설립 추진 의지
기재부 내 진주병원 예산 일부 삭감 움직임
공사비용 상승·사업성·의사 확보 등 문제점 여전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로부터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 받았지만, 공사 자재비가 크게 올랐고 사업성 확보도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남도는 의료 취약지역인 서부경남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서부경남 공공병원, 이른바 ‘경남의료원 진주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경남도는 민선 7기 당시인 2019년에 공공보건의료 강화 대책과 공공병원 신·증축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사업에 첫 발을 내디뎠고, 지난해 1월부터 10개월 동안 타당성 조사도 진행했다.
민선 8기에서도 중요성을 인식해 도정과제로 선정했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비교적 순조로웠지만 최근 들어 이상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민선 7기까지 사업당위성 확보와 국비 지원 여부,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절차가 진행됐다면, 민선 8기부터는 병원설립계획 수립과 실시설계, 공사시행 등 실질적인 사업시행 단계가 진행된다.
사실상 이제부터 돈이 들어가는 단계인 셈인데,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남의료원 진주병원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가장 큰 걸림돌인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 받았다. 남은 건 기획재정부 사업비 적정성 검토다. 하지만 최근 기재부 내부에서 경남의료원 예산을 일부 삭감한다는 말이 흘러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타 시도 공공병원 사례에 비해 예산이 다소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경남의료원 진주병원은 진주항공국가산단에 19개 진료과목, 300병상 규모로 2027년 개원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마무리된 타당성 조사에서 사업비로 2087억 원이 책정됐다. 부지는 전액 지방비로 매입하며, 공사와 설계비는 각각 국비와 지방비 6대4로 짜여졌다. 국비가 큰 폭으로 삭감될 경우 병원 규모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또 다른 문제는 공사비용이 수직상승했다는 점이다. 불과 1년 사이 건축 원자재 값과 인건비가 20~30% 정도 폭등했다.
경남의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규모가 큰 공사일 수록 부담이 크다. 만약 경남도가 작년 가격으로 입찰한다면 아무 곳에서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성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오른다. 주변에 경상국립대병원 등 종합병원이 많고, 예전과 달리 의료보험 혜택으로 공공병원과 일반병원의 의료비 차이도 많이 줄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감염병 대응 필요성이 강조됐지만 올해는 그 위험성마저 많이 줄어든 상태다. 여기에 다른 종합병원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의사 확보도 쉽지 않다. 지역에서는 연봉을 높게 불러도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공공병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자칫 의사 없는 병원이 될 수도 있다.
한 경남도의원은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은 찬성한다. 하지만 코로나 위협도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사업성을 갖추기 위한 고민과 검토가 다시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남도와 도의회에선 종합병원이 아닌, 특성화 병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감염병에 대응할 시설은 갖추되, 우선은 한방병원이나 치매병원처럼 특성화 병원으로 가야한다는 지적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병원 운영 방향에 대해 윤곽은 그려져 있지만 확정은 아니다. 내년 10월까지 의료 운영 체계 용역을 진행하는데, 그 과정 중에 명확하게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