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난동 부린 MBC 탓” 야권 “좁쌀 대통령”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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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상황 어땠길래
윤 “가짜뉴스로 이간질 악의적”
MBC 기자 “뭐가 악의적이냐”
홍보 비서관과 2분간 설전도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 중단 문제를 두고 집중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은 MBC가 초래한 것”이라며 “MBC는 공영방송이지만 지금까지 일련의 논란에도 사과 한마디조차 없다”고 말했다. 9월 윤 대통령의 뉴욕 방문 당시 불거진 MBC의 ‘이××’ 자막 방송과 최근 대통령실 참모와 공개 설전을 벌인 MBC 기자의 언행 등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당 MBC 기자에 대해 “난동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유례를 찾기 힘든 고성 지르기, 슬리퍼 난동을 벌이고 사과도, 문책도, 재발 방지 약속도 하지 않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라고 MBC 기자의 행태를 비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무능한 실정의 책임을 언론과 야당 탓으로 돌리는 파렴치한 정치를 중단하라”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고,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통령실이 도어스테핑 장소에 가림막을 설치한 것을 거론하면서 “차라리 땅굴을 파고 드나드십시오. 덩치는 남산만 한데 좁쌀 대통령이라는 조롱이 많다”고 비꼬았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언론과 국민 사이에 벽을 세우려 한다면 대통령은 국민 불신이라는 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MBC 기자와 대통령실 측의 갈등이 약식 기자회견 중단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지난 18일 양측이 설전을 벌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당시 출근길 문답에서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 배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언론, 국민의 비판을 늘 다 받고 마음이 열려 있다”면서도 MBC에 대해서는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그런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에 MBC 기자는 발언 직후 발걸음을 옮기는 윤 대통령에게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 뭐가 악의적이죠”라고 물었고, 윤 대통령은 답변 없이 집무실로 들어갔다. 이에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가는 분한테 그렇게 이야기하면 예의가 아니지”라고 제지하자, MBC 기자가 “질문도 못 하느냐”고 맞받아치며 2분가량 설전이 이어졌다.

 MBC 기자는 “영상이 있는데 뭐가 악의적이냐, 증거를 대 봐라, 내놓지도 못하면서”라며 이 비서관을 몰아세웠고, 이 비서관이 “아직도 그렇게 믿고 있느냐”고 하자 “여기가 군사정권이냐, 이렇게 독재적으로 하는 게 어디 있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자사 보도를 폄훼한 데 대한 반응이라고 해도 시종 고성으로 감정 섞인 발언을 쏟아낸 데 대해서는 언론계 내에서도 “대통령실이라는 공간을 떠나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정치적 논란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있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악의적 가짜뉴스’라고 재단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언론계 인사는 “미국에서도 대통령과 기자가 격렬하게 논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 브리핑을 중단하는 일은 없지 않느냐”며 “소통 자체를 언론에 대한 시혜로 보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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