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프라 뛰어난 부산 “중동 국비 지원 환자 잡아라”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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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의료계 UAE 현지 프로모션
부산대병원 등 5개 병의원 동행
국비 지원 환자 유치 가능성 모색
의사 교류·원격진료센터 등 논의

17일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의 에르스호텔에서 부산의 5개 의료기관과 현지 병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 의료관광 프로모션 데이’ 행사가 열렸다. 17일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의 에르스호텔에서 부산의 5개 의료기관과 현지 병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 의료관광 프로모션 데이’ 행사가 열렸다.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교육·의료도시 알아인에 위치한 아인 알 카리즈병원. 오래전부터 왕족들이 많이 살았던 전통 있는 도시여서 이곳 병원에는 VIP를 위한 특별병실을 운영 중이다.

환자 1명이 입원하는 병실 규모가 600㎡는 족히 돼 보였다. 3개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중앙에 대형 응접실이 있고 주변에 화장실, 기도실 등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하루 입원하면 병실 입원비만 1000만 원가량 된다. 진료비를 포함해 여행경비까지 이들 일행이 지출하고 가는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동 국비 환자를 유치하라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중동 환자들은 자국 의료수준이 만족스럽지 않아 해외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암환자 등 중증질환은 보건청에서 국비로 진료비를 지원해 준다. 이들 중동 환자를 잡기 위한 경쟁이 국가별로 치열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집계에 따르면 중동에서 한국을 찾는 의료관광객은 전국 기준 2017년 7238명, 2018년 6888명, 2019년 8963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인한 입국제한 조치로 관광객 수가 2021년 2258명으로 줄었지만 최근 들어 다시 해외입국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중동환자 중에는 아랍에미리트가 669명(29.6%)으로 가장 많다.

아랍에미리트의 국비 지원 환자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권에서 주로 진료를 받는다. 한국으로 오는 환자는 전체의 10% 미만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멀고 무슬림에 대한 문화적 수용 부족으로 그동안 환자 유치가 활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수도권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10년가량 꾸준히 유치활동을 벌이면서 지금은 싱가포르와 태국의 실적을 뛰어넘었다.

■부산 의료관광 프로모션 in UAE

부산 의료계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중동 의료관광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를 찾았다. 이번 방문단은 부산시와 부산권의료산업협의회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외국인 환자 유치기반 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지난 17일 아부다비 에르스호텔에서 열린 현지 로드쇼에서는 부산지역 병의원의 우수한 의료기술과 서비스 수용태세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부산대병원, 나르샤병원, 김병준레다스흉부외과, BS더바디성형외과, 부산365mc병원 등 부산지역 5개의 병의원이 참가했다.

부산대병원은 암센터 외상센터 원격진료센터 난임센터 로봇수술센터 등 분야별로 특화된 전문센터의 강점을 내세웠다. 어깨관절 질환만 중점진료 하고 있는 나르샤병원은 주요 진료영역과 트레이닝센터 역할을 하는 어깨관절연구소를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JCI와 KAHF 인증을 각각 3차례, 2차례 받은 하지정맥류 치료기관인 김병준레다스흉부외과는 독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하지정맥류 재발 방지 프로그램을 적극 홍보했다.

체형 성형수술에 특화된 BS더바디성형외과는 가슴 확대와 축소수술을 비롯해 지방흡입, 여성형유방증 수술법에 대한 소개와 함께 고난도 가슴수술 사례를 발표했다. 19년간 비만 치료만 해온 365mc병원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지방흡입술과 3D 초음파를 활용한 정밀 비만진단 시스템 등 을 소개했다.

5시간 가량 진행된 로드쇼에는 아부다비 현지의 암마헬스케어, 메디클리닉병원, 샤크부트병원, 로버클리닉, 사라병원대학 관계자와 함께 환자 해외송출 에이전시도 참가해 부산 의료기술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아부다비 보건청의 환자송출 권한

아랍에미리트 본토 국민이 해외 진료에서 국비 지원을 받는 영역은 암이나 장기이식, 정형외과 수술, 난임치료 등이 해당된다. 아부다비 보건청(DOH) 승인을 받은 해외 의료기관만이 국비 환자를 받을 수 있다. 보건청 해외환자 송출국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

외무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아랍에미리트 지사의 지원을 받아 어렵게 아부다비 보건청 해외환자 송출국을 만났다. 방문 둘째 날인 18일 아부다비 보건청과의 면담에서 부산시 의료관광산업팀 이정선 전문관은 부산의료의 강점을 적극 어필했다. 이 전문관은 “부산은 한국에서 유일한 국제관광도시다. 관광상품뿐 아니라 의료기술도 뛰어나다”며 “러시아 등에서 중증환자들이 많이 오고 환자 가족 프로그램도 잘 준비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아부다비 보건청의 모하마드 술탄 빈 헤윌 담당관은 “기회가 되면 부산을 방문하겠다. 부산 소재 병원의 정보와 통역 식사 등의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원격진료를 아시아권으로 확대할 계획인데 가능한 분야를 한국 측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아부다비 보건청에 이어 방문한 타왐병원에서는 의사교류와 원격진료센터 설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타왐병원 측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진료과목에 한국 측 의료진을 ‘비지팅 닥터’로 초빙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방문단은 원격진료센터를 부산과 타왐병원에 각각 개설해 기술교류와 환자 송출문제를 의논하자고 제안했다. 금요일 오후 근무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까지 대화가 이어졌고 원격진료센터 개설 문제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아부다비 방문을 기획한 의료관광 에이전시 티앤씨 최재형 대표는 “이번 아부다비 방문 성과를 바탕으로 부산이 차별화할 수 있는 의료관광 상품을 세밀하게 개발해야 할 것이다. 기도실 확보, 할랄음식, 아랍어 통역지원 등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

글·사진=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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