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 20% 가구, 먹는 데 소득 절반 썼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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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수도 등에도 22% 지출
고물가 지속, 서민층에 직격탄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세븐일레븐에서 판매 중인 즉석조리 치킨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세븐일레븐에서 판매 중인 즉석조리 치킨 모습. 연합뉴스

소득 하위 20% 가구는 소득의 절반을 식비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하위 20%의 식비 지출은 액수만 놓고 보면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외하면 보면 실질 기준으로는 오히려 줄었다. 게다가 전기요금 등의 인상도 예상되면서 서민 가구의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득 하위 20%인 가구가 월평균 식비로 지출한 금액은 42만 9000원이었다. 이들의 가처분소득(90만 2000원) 대비 식비 비중은 47.5%였다. 벌어들인 돈에서 세금과 보험료, 이자 등을 빼고 남은 금액 중 절반을 식비로 쓴 셈이다.

이 같은 비중은 최근 먹거리 물가의 상승세가 서민층에 부담으로 작용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3분기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의 물가는 1년 전보다 7.9%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5.9%)을 웃돌았다. 가정마다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식비 지출 금액은 증가했지만, 실제 먹거리 소비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부담은 좀처럼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른 데다 최근에는 우유 원윳값 인상이 결정돼 유제품과 이를 재료로 하는 빵과 아이스크림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전 세계 에너지 가격 상승과 한국전력의 적자 등으로 정부는 내년에 전기요금 인상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계청의 3분기 가처분소득 대비 ‘주거·수도·광열 지출 비중(임차비용과 연료비, 주택 유지비 등 관련 비용)’을 살펴보면 역시 마찬가지로 소득 하위 20% 가정의 지출 비중은 21.9%였다. 이 역시도 소득이 낮을수록 비중이 컸다.

기획재정부는 “물가·민생안정을 위해 마련된 기존의 대책들을 조속히 시행해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가구의 가계 부담을 완화하겠다”라며 “복합적 경제위기가 취약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고용·사회안전망을 지속해서 강화해 저소득층 삶의 질 개선에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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