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어스테핑 중단, 대통령 대국민 불통 우려된다
재정비해 절제된 발언의 장으로
언론 자유 더 이상 후퇴는 안 돼
윤석열 대통령이 ‘MBC 기자-비서관 공개 설전’ 사태 여파로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잠정 중단했다니 우려스럽다.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부터 모두 61차례에 걸쳐 기자들과 즉석 문답을 이어 왔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고, 기자실을 집무실 바로 아래층에 둬서 가능한 일이었다. 준비 안 된 답변으로 인한 파문도 있었지만, 대통령의 소통 의지만큼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도어스테핑 중단은 자칫하면 비판적인 언론에는 아예 귀를 닫겠다는 독선으로 비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없이는 도어스테핑을 지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출근길 문답에서 MBC 기자가 윤 대통령에게 ‘MBC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해 공세적인 질문을 던지고, 대통령 퇴장 후 해당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 간 공개 충돌한 사안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이 이날 일을 사실상 대통령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곤란해하더라도 때로는 불편한 질문을 하는 것이 기자의 숙명이다. 기자의 태도와 복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해당 언론사에 정식으로 항의하면 될 일이다. 도어스테핑을 중단할 이유는 결코 아니다.
도어스테핑 중단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는 게 사실이다. 여권은 MBC를 성토하는 반면에 야권은 윤 대통령이 ‘선택적 언론관’을 드러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여야의 이익을 떠나 중립적인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날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때늦은 감은 있지만 참 잘한 결정이다. 대통령이 매일같이 결론을 미리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못했다. 매일매일 마음 졸이며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글을 올려 많은 이의 공감을 샀다.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을 재정비의 기회로 삼아 보다 절제된 대통령 발언의 장으로 업그레이드하면 좋겠다.
사실 도어스테핑 중단 자체보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 자유에 대한 대통령과 여당의 의지가 갈수록 후퇴하는 모습이 더욱 걱정스럽다. 윤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 당시 MBC 기자를 전용기에서 탑승 배제해 놓고 되레 헌법 수호 차원이라고 강변하고 나섰다. G20 정상회의 개최지인 발리로 이동하면서 특정 언론사 2곳의 출입기자만 대통령 전용공간으로 따로 불러 대화하는 선택적 언론관을 보여 주기도 했다. 여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MBC 광고 중단을 요구하는 발언이 나왔다니 매우 시대착오적이고 오만한 발상이다. TBS(교통방송)에 대한 예산 지원 중단이나 YTN 민영화 방침 역시 마찬가지다. 언론 자유를 위태롭게 만드는 일련의 사태에 이은 도어스테핑 중단이 대통령의 대국민 불통을 의미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