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는 있지만…” 최근14년간 전국 전통시장 200개 이상 사라졌다(종합)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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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미중앙시장 건어물점 임순례 씨
“업종 통합·변경하며 근근히 생존”
소상공인진흥공단 “감소세 뚜렷”
부산 23곳·경남 18곳 문 닫아

부산 수영구 망미중앙시장 해인식품 임순례 사장.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수영구 망미중앙시장 해인식품 임순례 사장.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망미중앙시장에서 건어물점을 운영하는 임순례 씨는 생존의 비결로 다양성을 꼽았다.

임 씨는 “건어물뿐만 아니라 봄이면 모종 장사도 하고, 여름이면 콩국과 식혜를 판다. 이맘때면 김장철 조미료를 만들어 내놓는다”고 했다. 이른바 전통시장 내 ‘만물상’인 셈이다.

임 씨처럼 전통시장 고객의 니즈를 읽어내는 자영업자는 생업을 이어가지만 전국적인 상황은 녹록지 못하다. 21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국의 전통시장이 지난 14년 동안 200개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기준 전국 전통시장 수는 1401개다. 14년 전인 2006년 1610개보다 209개(13.0%)나 줄었다. 시·도별로 들여다보면 같은 기간에 경북의 전통시장 수가 191개에서 138개로 53개가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부산도 이 기간 전통시장이 23개가 줄었고, 경남도 18개가 사라졌다.

원래 임 씨는 민락동에서 일하는 남편이 떼온 생선으로 생선가게를 했다. 그러다 해물 전문점으로 바꿨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이번에는 두부와 어묵 전문점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지금은 건어물점으로 바꿨다.


임 씨처럼 어떻게든 기민하게 유통구조 변화 속에서 생존하는 상인과 전통시장이 점점 줄고 있다.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유통 구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그 자리를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 내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임 씨는 “당장 우리 시장도 코앞에 대형 마트가 들어서니 시장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지금 내가 취급하는 품목은 예전 인근에 있던 점포 일곱 군데서 취급하던 물건을 한데 모아 놓은 것”이라고 푸념했다.

실제로 성업 중인 망미중앙시장 안에서도 점포 수는 한창 때와 큰 차이가 없지만 점포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전통시장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다 보니 들어와서 1년도 못 되어 점포를 접는 젊은 상인이 늘고 있다. 시장 내 세대교체도 이뤄지지 않아 부흥이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어려움을 겪기는 전통시장과 함께 대표적인 골목상권으로 꼽히는 동네 슈퍼마켓과 전문소매점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의 소매 판매액을 보면 올해 1~9월 전문소매점의 소매 판매액은 100조 3000억 원이었다. 7년 전보다 오히려 1.5%(1조 5000억 원) 감소한 수치다. 슈퍼마켓과 잡화점의 소매 판매액도 33조 원에서 34조 6000억 원으로 7년간 5.0%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골목상권이 기운을 잃어가는 사이 백화점의 소매 판매액은 2015년 1~9월 20조 6000억 원이던 것이 올해 1~9월 27조 6000억 원으로 34.1% 늘었다. 편의점은 12조 1000억 원에서 23조 2000억 원으로 무려 배가 늘었다. 골목 상권의 무게추는 완전히 기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 당국이 대대적인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며 일부 성과를 거뒀다. 2020년 고객주차장을 갖춘 전통시장 비율은 80%가 넘는다. 그러나 여전히 전통시장은 소비자 발길을 돌리지는 못한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온라인 유통 기업까지 등장하면서 디지털 서비스에 상대적으로 약한 전통시장은 힘든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정부도 전통시장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돕기 위해 온라인 교육과 배송 중요성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온라인 서비스 활성화는 요원하다. 중소벤처기업부 측은 “유통 시장 구조가 온라인 중심으로 점차 바뀌면서 전통시장도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 유도하려고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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