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입 닫은’ 이재명, 리더십 시험대 올랐다
최측근 정진상 구속 관련 함구
조응천·박용진 등 입장 표명 요구
박홍근·박범계는 대표 엄호 나서
국힘 “검은돈 선거용일지도” 주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구속에 대해 21일 입을 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53분 국회 대표실 앞에서 ‘측근 구속에 입장을 밝혀 달라’는 등 취재진의 최근 검찰 수사 관련 물음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검찰에 맞설수록 자신을 둘러싼 소위 ‘사법 리스크’를 더 부각하게 된다는 판단에 따라 검찰 수사와 거리를 두는 것으로 비친다.
이 대표 침묵에도 당내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관련 입장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분출하는 조짐이다. 여당에선 정 실장 구속을 고리로 이 대표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또 다른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정 실장마저 구속되면서 이 대표 리더십이 사면초가 위기에 빠지는 형국인 셈이다. 특히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업자 남욱 씨가 이날 출소하자마자 이 대표를 향한 ‘폭로전’에 가세하면서 이 대표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정 실장 구속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민생’을 강조했다. 그는 회의에서 “검찰 독재정권의 어떤 탄압에도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평화와 안보를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검찰을 향한 공세에는 다른 지도부가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같은 회의에서 “민주당은 ‘이재명 죽이기’를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정 실장의 압수수색 영장에서 검찰이 이 대표와 정 실장을 ‘정치적 공동체’로 규정한 데 대해 ‘법률에 없는 용어를 사용해 정치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의 반발 기류와 달리 사법 리스크가 당에 주는 부담이 커지는 만큼 최소한의 입장과 설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오는 분위기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최측근이 연이어 구속된 데 ‘최소한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다’는 유감 정도는 표시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도 라디오에서 “김 부원장이 기소됐으니 당헌 80조를 적용하는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 아닌가” 하고 꼬집었다. 당헌 80조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면 당 사무총장이 당직자 직무를 정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당헌 적용 여부는 향후 이 대표의 당직 수행과 연관될 수 있는 만큼, 판단이 쉽지 않은 문제라 정치적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부에서 비명계가 공개적인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한 총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이 대표의 지도자다운 결단을 촉구한다”며 “최측근이라 자랑했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된 데 이어 정진상 (당 대표)정무조정실장도 구속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 셈이다. 그러면서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의 검은돈이 두 사람(김 부원장, 정 실장)에게 흘러 들어가 이재명의 성남시장 선거, 대선후보 경선, 대통령 선거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졌다”고 강조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