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후 석방된 남욱, 작심한 듯 대장동 특혜·비리 ‘폭로전’ 가세
유동규에 전달한 뇌물 증거 진술
정 실장 등의 술값 낸 사실도 폭로
뇌물 종착점 이재명 대표로 향해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으로 구속됐다가 21일 석방된 남욱 씨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이 개발 비리에 연루됐다’는 폭로전에 나섰다. 이 대표의 최측근 2명이 잇달아 구속된 데다 한 달 전 석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남 씨마저 폭로전에 가세하면서 정국 대혼란이 예고되는 모습이다.
남 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김만배, 정영학, 유동규와 저 넷이 모였는데 김 씨가 ‘너는 25%만 받고 관여하지 말라’고 해서 크게 싸웠다가 제가 수용했다”며 “김 씨가 그때 ‘내 지분도 12.5%밖에 안 된다, 전체 49.9% 중에 37.4%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당사자끼리 지분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김 씨와 이 대표 측이 24.5%씩 반분했다는 사실을 김 씨로부터 들었다고 부연했다. 검사가 ‘이 시장 측은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남 씨는 “그때는 이름을 얘기하지 않았고, 지난해 24.5%가 확정적으로 이재명 측 지분이라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정진상과 김용의 이름을 정확히 거론했다”고 답했다.
정영학 씨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도 김 씨가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천화동인 1호의 지분권자로 지칭된 ‘그분’이 이 대표를 가리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다만, 김 씨는 그분이 이 대표라는 해석을 부인하면서 지금까지는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남 씨는 2013년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한 뇌물 3억 5200만 원에 대해 구체적인 정황 증거를 진술하기도 했다. 남 씨는 2013년 4월 한 일식집에서 “(유 전 본부장이) 받자마자 바로 다른 방으로 가서 9000만 원을 누구에게 전달하고 왔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이 돈이 든 쇼핑백을 가지고 나갔고, 돌아올 땐 쇼핑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남 씨는 술값 등 접대 비용을 쓴 사실도 폭로했다. 남 씨는 2013년 9월 12일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의 유흥주점 술값과 속칭 2차 비용 등 410만 원을 부담했다고 증언했다. 정 실장 등과의 술자리에 동석한 적은 없고 돈 계산만 했다고 한다. 9월 12일 이후에도 정 실장을 위해 한 차례 더 술값을 부담한 적이 있다는 게 남 씨의 주장이다. 그는 “그분들이 성남에서 가장 실세였기 때문에 비용을 지급하는 게 저희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남 씨의 증언은 천화동인 1호의 지분을 애초에 정진상·김용·유동규 등으로 나누기 전에 이들이 이미 ‘이재명 지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남 씨 등 대장동 일당이 유 전 본부장에게 금전을 제공한 동기가 단순히 개인적 이유가 아닌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을 염두에 뒀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민간업자들이 대장동 사업 특혜가 계속되길 기대하며 뇌물을 보냈다는 건데,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유 전 본부장은 뇌물의 종착점이 아니라 전달자가 된다. 선거 시기에 최측근 2명이 민간업자에게서 나온 돈을 실제로 받았다면 이 대표 입장에서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정 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 전반을 ‘지방자치 권력 사유화’로 규정했다. 검찰은 구속된 정 실장 조사를 진행하고 남 씨의 법정 증언은 증언대로 따라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는 종국에 이 대표의 배임·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 수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