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죽은 이유라도 알아야…” “죽음의 현장에 국가가 있었나요”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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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 첫 회견
진정한 사과·철저한 규명 등 요구
대통령실, 보상 위한 특별법 고심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열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열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사고 24일 만에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진상 규명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스탠다드빌딩 지하 1층 대회의실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 주최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유족들이 함께 공식 기자회견을 한 것은 참사 이후 처음이다.

이날 회견에서는 유족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희생자 이남훈 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 증명서를 들어 보이며 “사망 원인도, 장소도, 시간도 알지 못하고 어떻게 아들을 떠나보낼 수가 있겠나”라며 “이게 말이 됩니까”라고 성토했다. 희생자 송은지 씨의 아버지도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지만 차디찬 이태원 도로 죽음의 현장에 국가는 없었다”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게 생명의 촛불이 꺼질 때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유족들의 발언이 끝난 후 민변은 유족들과 협의해 결정한 6가지 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현재 민변은 TF를 구성한 이후 현재까지 희생자 34명의 유족 요청을 받아 법적으로 대리하고 있다.

민변과 유족들은 정부에 대해 △진정한 사과 △성역 없는 엄격하고 철저한 책임 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과 책임 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과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의 마련 등을 요구했다.

민변 서채완 변호사는 “앞으로 어떤 법적 조치를 할지는 유족들과 협의 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부상자들을 보상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22일 “사고 책임이 드러나면 현행법에 따라 조치해야 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법 등 필요한 법령을 만들어 보완할 방침”이라는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 특별법 제정이 거론되는 것은 유가족과 부상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큰 경우를 염두에 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현재 특별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결정한 사실이 없다”며 “먼저 이태원 참사 원인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자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은 참고인 소환에 속도를 내며 입건된 피의자의 혐의 입증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수본은 이날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참사 당일 구조 지휘에 소홀했는지와 구조 지휘 내용을 허위로 기재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했다. 보건소장은 관할 재난 현장에서 소방과 보건소, 재난의료지원팀을 지휘할 책무를 가진다.

특수본은 지난 21일 피의자로 소환조사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이임재(총경) 전 용산경찰서장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할 방침이다. 2차 조사에서 특수본은 최 서장에게 대응 2단계 발령 후 소방 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이 전 서장에게는 참사 전 용산서의 경비기동대 지원 요청에도 서울경찰청이 이를 묵살했다는 의혹에 대해 중점적으로 확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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