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거론되는 ‘이낙연’… 민주 계파 갈등 재점화?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확산
비명계 중심 서서히 불만 표출
일부 의원 미 방문 관련 논란도
친명계 “대부분 단일대오 공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최측근 인사들의 구속에 따른 이른바 ‘사법 리스크’ 파문이 민주당 내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에 머무는 이낙연 전 대표의 등판론이 일부에서 제기되면서 그간 묵혀 왔던 당내 계파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22일에도 민생 행보에 집중하며 주변의 검찰 수사와 거리를 뒀지만, 리더십에 적잖은 상처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당 대표 회의실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 저지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민생예산 수호 메시지를 부각했다. 여권의 사법 리스크 공세에 동요하지 않으면서 막바지 예산 정국에서 협상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로 비친다. 대신 검찰의 야권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겨냥한 대응은 다른 지도부가 맡는 모양새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찰이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재산 축소 신고 의혹’ 사건을 불송치한 것을 두고 “야당 인사는 아무런 증거 없이 일방적 진술만으로도 구속하는 데 대통령과 연관된 인사는 불송치하는 불공정한 나라가 됐다”며 “윤석열 정권의 정치 검찰·경찰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내 친명계(친이재명계) 의원들도 연일 이 대표 엄호하고 있다. 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언론에서는 비명계 의원들이 이러저러한 (집단적 반발의)움직임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대부분의 의원은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명계(비이재명계)에서는 이 대표를 향한 불만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박용진 의원은 “당의 위험이 전파되지 않도록 일종의 안전장치를 만든 것이 바로 당헌 80조”라며 이 대표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당직 정지를 재차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설훈 의원 등이 다음 달 말 미국에 머무는 이낙연 전 대표를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낙연계 일부 의원들은 이 전 대표가 머무는 미국 워싱턴에 함께 가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부적절 논란’을 의식해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설 의원 등이 개인 일정으로 이낙연 전 대표를 방문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설 의원과 함께 미국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던 윤영찬 의원은 이날 “설훈 의원과 함께 미국을 방문한다는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며 “일부 언론의 이낙연 전 대표 조기 귀국 보도 역시 사실이 아님을 거듭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낙연 대표 측이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선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분당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는 이날 한 언론 유튜브에 출연해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친문과 비명계 의원들이 이 대표에게 해명하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새로운 관련자 진술과 증거가 나오면 이 대표를 손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하고 손절 기류가 본격화하는 시기가 오면 민주당은 분당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