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구 부모들 “아이 키우기 좋은 자치구 만들자”
‘아동돌봄조례’ 발의 명부 제출
아동 비율 높지만 인프라 부족
돌보미 서비스 등 필요성 촉구
“‘동래구에서 아이 키우기 어떠세요?’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동래구에서 아이를 위한 혜택을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산 동래구에서 5세, 8세, 11세 아이 셋을 키우는 김소영 씨는 ‘동래구 아동돌봄통합지원조례’ 청구인 명부 제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동래구에 이사 온 김 씨는 아이들과 도서관에 가려면 인접한 다른 구로 가는 게 더 가깝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이를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걸 절감하던 김 씨는 ‘동래구 아동돌봄지원조례’ 발안을 위한 서명운동 수임인으로 나섰다.
동래구 주민대회 조직위원회는 22일 동래구의회에 동래구 아동돌봄조례 주민 발의를 위한 4200명의 청구인 명부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동래구 아동돌봄조례는 동래구 최초의 주민 발안 조례로, 조직위원회는 올 9월부터 두 달여간 서명운동을 진행해 청구인 수 기준을 넘긴 4200명의 서명을 받았다. 주민조례발안법에 따른 동래구 조례제정 청구인 수는 동래구 유권자의 70분의 1 규모인 3267명이다. 주민들의 청구인 서명이 구의회에 접수되면 조례안이 발안되며, 주민 공청회 등을 거쳐 조례안의 구의회 상정 여부가 결정된다.
조례안은 지역사회 중심의 아동돌봄 통합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가 제정되면 동별 육아종합지원센터 설치, 공공형 실내외 놀이터 확충, 공공 아이돌봄서비스, 보육청 설립 등이 가능하다. 주민들은 동래구의 18세 미만 아동 비율이 부산시 16개 구·군 중 3번째로 높은 반면, 정작 아동 돌봄을 위한 지원이나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조례 발안을 추진했다.
이날 청구인명부 제출에 앞서 동래구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동래구에서 아이를 키우는 100명이 넘는 부모들 대다수가 동래구에서 아이 키우기 좋다는 이야기에 동의하지 못했다”며 “‘아이는 나라가 키운다’는 우리 사회의 약속을 부모가 체감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당사자 의견이 반영된 정책을 만들어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영은 씨는 “엄마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1시간 차를 태우지 않아도 믿고 보낼 수 있는 집 인근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아이돌보미 서비스와 공적 돌봄시설, 안전한 놀이터가 있었으면 한다”며 동래구 아동돌봄조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