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언제까지 흥정만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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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은 국회의 당연한 의무
갖가지 조건 달며 미룰 일 아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대해 협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예산안 우선 처리’라는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으나, 국정조사 자체는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함께 국회에 국정조사 계획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계획서에는 3당의 국정조사 특위 명단과 조사 목적, 범위, 방법, 기한 등을 담았다. 이 가운데 조사 기간은 24일부터 내년 12월 22일까지로 적시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 주 원내대표의 언급은 여야 간 협의의 물꼬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국정조사 실현은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주 원내대표의 언급은 의석 수에서 열세인 국민의힘이 야당 주도의 예산 정국을 제어할 수 없고, 국민 다수가 국정조사를 찬성한다는 여론 동향도 마냥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인 고충에서 나온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 미흡할 경우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는 기류가 여전히 우세한 분위기다.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에는 응해 줄 수 있지만 국정조사 계획서는 24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채택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정조사와 예산안 처리를 동시에 하겠다는 것으로 주 원내대표의 생각과는 결이 다르다.

이쯤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절규를 곱씹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유가족들은 22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참사 이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당국의 진정한 사과도 사과지만 무엇보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가족이 왜 죽었는지 정부로부터 아무런 설명을 들을 수도 없었고, 관계자를 만날 기회도 없었으며, 책임지려는 이를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도 유가족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 기가 막힐 지경이다. 국정조사가 반드시 있어야 할 이유라 할 것이다.

생때같은 수많은 젊은 생명을 앗아간 참사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의무다. 국민의힘도 국정조사의 필요성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런저런 조건을 달며 미룰 게 아니다. 오히려 여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적극 동참해야 마땅하다. 그러지 않으면 자칫 국민적 참사를 당리당략을 위한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오해를 심어 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민주당도 국정조사를 여당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발상 따위는 갖지 말아야 한다. 이태원 참사 같은 일이 앞으로 다시는 없도록 여야가 뜻을 모아 국정조사를 신속히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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