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코리아늄'은 어디에?
세상은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가. 이를 푸는 것은 인류의 영원한 숙제다. 물질의 기본 요소인 원자와 분자의 존재가 물리적으로 확인된 건 20세기 초반에 이르러서였다. 이후 과학기술의 발전은 많은 것을 밝혀낸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다시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가 모인 입자로 이뤄져 있다는 것. 양성자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 쿼크로 분리될 뿐만 아니라 에너지 일부가 질량으로 바뀌어 아예 새로운 입자가 생성되기도 한다. 10년 전 발견된 ‘힉스’ 입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빅뱅 이후 소립자들로 가득한 태초의 우주를 재현하려는 장비가 가속기다. 입자나 이온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켜 물질 깊숙이 꼭꼭 숨은 우주의 근본 입자들을 발견하고 그 사이의 상호작용을 밝히는 게 목적이다. 입자 종류에 따라 전자가속기·양성자가속기·중이온가속기로 나뉜다. 특히 100만분의 1 나노미터 이하의 펨토미터(fm) 크기인 원자· 중성자·양성자의 세계를 탐구하는 중이온가속기는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보여 주는 가늠자로 불린다. 전 세계에서 미국, 일본, 중국 등 8개국만 운영 중이다.
1990년대부터 가속기 시대를 열기 시작한 우리나라는 현재 양성자가속기, 4세대 방사광가속기, 중이온가속기를 보유한 가속기 선진국이다. 특히 ‘라온’이라는 이름이 붙은 중이온가속기 사업은 1조 5183억 원이 투입된 ‘단군 이래 최대 과학 프로젝트’로 꼽힌다. 발굴할 수 있는 원소 범위가 어느 가속기보다 많다는 점에서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재 초속 3만km까지 가속할 수 있는 저속 구간의 54개 가속관이 완성된 상태다. 지난 15일 중이온가속기의 관련 시설과 내부가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돼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는데, 내년 3월이면 가속 장치 전체 시운전이 마무리된다고 한다.
이제 라온은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동위원소를 찾으러 비상의 나래를 펼칠 것이다. 발견을 기다리고 있는 희귀 동위원소는 7000여 개에 이르고, 새 원소의 발견자에게는 이름을 붙일 권한이 주어진다. 이미 독일에서 발견한 게르마늄(Ge), 프랑스의 프랑슘(Fr), 미국의 아메리슘(Am), 일본의 니호늄(Nh) 등이 있다. 신물질의 발견은 물질과 우주 생성의 원리를 규명하는 귀한 단서일 뿐만 아니라 과학계의 혁신을 선도하고 첨단산업에 무궁한 가치를 부여할 역사적 기회이기도 하다. ‘코리아늄(Ko)’을 발견하는 그날은 언제일까.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