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빌드업 축구’ 강호에게도 통할까
카타르·이란 무력하게 패배
전방 압박·빠른 패스에 고전
수비라인 내려 역습 기회 상실
‘중동 축구’의 선봉이라 할 카타르와 이란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에서 완패했다. 92년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중동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은 카타르뿐 아니라 이란에게도 홈이나 마찬가지지만, 두 팀 모두 무력하게 지며 ‘망신’을 당했다.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조별리그 H조 첫 경기를 앞둔 한국 대표팀에게도 신경이 곤두서는 대목이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지휘하는 이란 대표팀은 21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잉글랜드와의 1차전에서 2-6으로 대패했다.
이란은 전반 35분 잉글랜드 ‘신성’ 주드 벨링엄에 선제 헤더 골을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전반에만 부카요 사카, 래힘 스털링에게 연속 골을 내줬다. 후반에도 사카의 개인기에 수비가 허물어지며 추가 실점했고, 교체 투입된 마커스 래시퍼드와 잭 그릴리시에도 잇따라 골을 내줘 무너졌다.
앞서 개최국 카타르는 20일 에콰도르와의 개막전에서 0-2로 졌다. 점수 차는 두 골 차지만 내용상으론 카타르의 완패였다.
카타르와 이란 모두 상대의 강한 전방 압박과 빠른 패스 플레이에 일방적으로 밀렸다. 지나치게 수비라인을 내리는 바람에 역습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수비 쪽에서 공을 따내도 전방으로 연결할 공격수가 없어 공을 돌리다 빼앗기기 일쑤였다.
특히 이란은 보통 강팀과 대결할 경우 ‘두 줄 수비’를 내세우는 특유의 ‘늪 축구’를 구사한다. 이날 잉글랜드를 상대로도 초반 늪 축구를 전개했으나, 이른 시간 선제 골을 허용한 뒤 급격하게 흔들리며 대량 실점했다.
우루과이를 상대로 1차전을 벌이는 한국도 두 팀의 경기를 교훈 삼아야 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취임 후 줄곧 한국 대표팀에 ‘빌드업 축구’를 이식했다. 후방부터 차근차근 패스를 전개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강력한 압박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냈다. 아시아 예선에서는 확실히 빌드업이 통했다. 하지만 세계적 강호와 맞붙을 경우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우루과이의 공격수들도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벤투호가 밀릴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무작정 수비라인을 내려선 안 된다. 카타르, 이란처럼 아예 공격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
결국 한국도 강한 압박으로 맞서며 역습 기회를 살려야 한다. 잉글랜드가 이란전에서 보여줬듯 확실한 볼 간수 능력을 바탕으로 긴 패스와 짧은 패스를 적절히 구사하며, 공간을 창출해야 승리의 길도 보일 것이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