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느끼고 교과서로 읽고…주말에 볼만한 부산 연극 세 편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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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극단 ‘음악극 나혜석’
극단 누리에 ‘꺼삐딴 리’
극단 액터스 ‘너무 놀라지 마라’

부산시립극단 '음악극 나혜석'. 부산문화회관 제공 부산시립극단 '음악극 나혜석'. 부산문화회관 제공

음악과 만난 연극, 교과서 문학을 보여주는 무대, 극작가 박근형의 작품. 주말 부산에서 볼만한 세 편의 연극을 소개한다.

우선 부산시립극단은 제73회 정기 공연으로 ‘음악극 나혜석’을 무대에 올린다. 조선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의 삶을 다룬 작품으로, 지난해 시립극단이 특별공연을 갖기도 했다. 시립극단 김지용 예술감독이 연출을, 백현주 씨가 작곡, 홍충민 씨가 안무, 전진 씨가 지휘를 맡았다.

올해 공연하는 ‘음악극 나혜석’은 드라마를 확장하고, 극의 외연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시립극단은 연극, 음악, 합창, 무용, 영상이 어우러지는 무대를 만들었다. 나주시립합창단이 출연해 영호남 예술교류를 무대에서 구현한다. 특히 객석이 무대 사면을 둘러싸는 독특한 형식으로 ‘블랙박스 극장에 적합한 형태의 공연’ 형식을 구현할 예정이다. ▶‘음악극 나혜석’=25~2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전석 2만 원.

극단 누리에 '꺼삐딴 리'. 극단 제공 극단 누리에 '꺼삐딴 리'. 극단 제공

연극 ‘꺼삐딴 리’는 극단 누리에의 교과서 프로젝트 첫 번째 작품이다. 2022 공연장-예술단체육성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은 이 작품은 전광용 작가의 단편소설 <꺼삐딴 리>를 토대로 한 창작 초연작이다. 1962년에 발표된 소설은 한국 근현대사 격동기 역사의 수난과 당대 지식인의 비애를 보여준다.

극단 누리에는 올해부터 ‘교과서 연극’을 주제로 중·고교 국어와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희곡, 소설을 각색해 매년 한 편씩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문학 작품을 연극으로 변주해 무대에서 문학적 감성을 풀어서 보여주려는 의도이다.

연극 ‘꺼삐딴 리’는 ‘그림자의 시간’ ‘아버지 없는 아이’ ‘후설’ 등을 쓴 유보배 작가와 신인 서수아 작가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했다. 격동기를 배경으로 시류에 편승해 살아가는 카멜레온 같은 의사 이인국을 통해 민족사의 비극을 역으로 풍자한 작품은 강성우가 연출했다. ▶‘꺼삐딴 리’=23~26일 부산예술회관 공연장. 전석 2만 원.

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 포스터. 극단 액터스 제공 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 포스터. 극단 액터스 제공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현실의 아이러니. 극단 액터스의 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자 극단 골목길 대표인 박근형 작가가 2009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극단적 선택을 한 아버지의 장례 준비를 해야 하지만, 가족들은 저마다 다른 세계에 빠져 있다. 만성변비로 고생하는 둘째 아들은 종일 화장실에 앉아 있기만 한다. 영화지망생 큰아들은 한 달 만에 집에 돌아왔지만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며 집안 생계를 책임진 큰 며느리는 단골과 외도한다.

아버지가 세상에서 사라졌지만, 가족들의 삶은 변하지 않는다. ‘난 몰랐다. 혼자 있는 게 두려워서 혼자 있는 게 무서워서 이걸 선택했는데. 여기서도 난 혼자다.’ 현대사회에서 마주하는 관계와 소통의 부재를 표현한 작품은 관객이 고독을 성찰하게 유도한다. 극단 액터스 손병태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너무 놀라지 마라’=12월 4일까지 하늘바람소극장. 전석 2만 원.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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