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골든타임, 당일 11시까지 45분간”
용산소방서장·팀장 함께 소환
참사 현장 대응 수사 속도전
경찰·구청·교통당국 무더기 입건
용산서장 기동대 요청도 조사
서울청은 부인… 의견 엇갈려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가 경찰과 소방·구청·교통당국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입건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특수본에 따르면, 특수본은 이날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송병주(51) 경정, 용산구 유승재(56) 부구청장과 문인환 안전건설교통국장, 최원준 안전재난과장,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 이태원역장을 소환해 참사 대응 등을 확인했다.
이날 특수본은 송 경정을 소환해 참사 당일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현장 상황 보고가 적절히 이루어졌는지 조사했다. 또 송 경정이 이 전 서장이 참사 직후인 오후 10시 20분께 현장에 도착했다는 내용으로 상황 보고를 조작했다는 의혹과 용산서 기동대 투입 요청 여부를 확인했다. 이 전 서장은 송 경정을 통해 참사 나흘 전 기동대 요청을 지시했다고 주장했으나, 서울경찰청은 용산서로부터 기동대 배치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유 부구청장도 지난 19일에 이어 이날 2차 조사를 받았다. 유 부구청장은 참사 이전 안전관리 대책 수립과 현장 대응, 직원 배치 등을 적절히 하지 못한 혐의를 받는다. 유 부구청장은 참사 이틀 전 구청에서 박희영(61) 용산구청장 대신 핼러윈 안전대책 회의를 주재했으나, 이 자리에서 대규모 인파 관리 대책은 논의되지 않았다.
핼러윈 위험분석 보고서 삭제 의혹에 대한 수사도 용산경찰서 정보과에서 서울청 정보라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수본은 박성민(55)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을 보고서 삭제 의혹의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박 경무관은 참사 이후 용산서를 비롯한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이 모인 메신저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말한 혐의(증거인멸 및 교사)를 받는다. 박 경무관은 24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박 경무관은 특수본 출범 이후 입건된 경찰관 가운데 최고위급이다.
참사 당일 ‘골든타임’ 전후로 소방당국 구호 조치가 적절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용산소방서 최성범(52) 서장과 현장지휘팀장도 소환된다.
특수본은 이날 참사 당일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사고 발생 45분 후인 지난달 29일 오후 11시께로 잠정 판단했다. 특수본은 최 서장이 지휘에 나선 오후 11시 8분 이전 골든타임에 현장지휘팀장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사고 당일 오후 11시 소방 무전 기록에는 현장지휘팀장이 “잠시 뒤에 상황이 종료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한 기록이 남아있다.
특수본은 최 서장의 지휘 전까지 현장에서 판단하고 구급대에 지원 요청을 하는 현장지휘팀장이 해당 시각에 상황을 적절히 판단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26일에는 최 서장을 한 번 더 소환해 소방 대응 2단계 발령 이후 현장 지휘를 어떻게 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