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수출마저 ‘흔들’… 범부처 전략 재정비
대통령 주재 첫 수출전략회의
중동·중남미·유럽연합 전략시장
네옴시티 등 수주 위해 협력 추진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수출마저 흔들리자, 정부가 각 부처 역량을 총동원해 돌파 전략을 마련했다.
정부는 중동과 중남미, 유럽연합(EU)을 3대 전략시장으로 선정하고 기업들과 수출 협력을 강화한다. 최근 국내 경제계의 '기회'로 급부상한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관련 대형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고위급 네트워킹을 적극 활용한다. 또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15대 주력 수출 업종에 654조 원 규모를 투자하는 프로젝트를 가속화한다.
■“세계 5대 수출 대국으로 도약”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서울 강남구 양재동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에서 첫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세계 5대 수출대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전세계 6위로 예상되는 수출 규모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분야와 정책을 ‘수출 확대’라는 목표에 맞춰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며 모두 공무원에 대해 ‘기업 지원 조직’이라는 인식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기업) 혼자 알아서 하라고 해서는 정말 초대형 기업이 아니라면 이런 환경에서 수출해나가기 어렵다”며 “정부가 단순한 지원을 넘어서 더 용의주도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환경부 등 모든 부처가 산업 육성 부처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 대응 강화
정부는 중동과 중남미, 유럽연합(EU)을 3대 전략시장으로 설정하고 방산·원전·인프라 등 전략 수출분야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경제비전 2030’ 등 중동 국가들의 제조업 육성 정책에 맞춰 국내 기업의 진출을 지원하고 네옴시티 등 에너지·인프라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고위급 네트워킹을 추진한다.
최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40조 원 규모 투자를 약속한 만큼 산업부 장관 주관으로 ‘한-사우디 경제협력 민관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사우디와 체결한 26건의 업무협약(MOU) 추진 상황을 점검한다. 사업이 구체화된 MOU 14건, 초기 단계인 MOU 8건 등 유형별로 나눠 금융보증, 컨설팅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중남미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칠레, 브라질 등 자원 부국과 광물협력을 강화한다. EU 시장에서는 폴란드와 원전 프로젝트를 계기로 원전 시장 진출과 방산 수출을 확대한다.
한국 수출의 57%를 점한 3대 주력시장인 아세안, 미국, 중국에선 수출품목 다각화와 트렌드 대응에 힘을 쏟는다.
■주력 수출 업종에 654조 투자
정부는 총 수출의 78.2%를 차지한 15대 주력업종의 맞춤형 수출 전략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에 654조 원 규모 투자 프로젝트 이행을 가속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3000억 원 규모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조성하고 1조 원의 재정을 투입한다. 부처별로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농수산식품 등 새로운 수출 유망분야 발굴에 나선다. 정부는 유망분야 내년 수출목표를 바이오·의료 280억 달러, 농식품 100억 달러, 문화콘텐츠 166억 달러로 잡았다.
범부처 수출지원 전담체계도 강화한다. 매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주재하고 14개 수출유관부처 실·국장급이 참석하는 수출지원협의회를 연다.
FTA 지원센터와 무역협회, 코트라, 무역보험공사가 참여하는 무역통상진흥협의회를 가동하고 수출현장지원단장을 통상교섭본부장으로 격상한다. 무역보험공사는 내년 무역금융 규모를 최대 260조 원까지 확대한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