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응원’ 대신 ‘방구석 1열 월드컵’… 그래도 변하지 않은 외침 “대~한민국”
부산서 공식 단체 응원은 자제
영화관·식당서 삼삼오오 응원
‘골든 타임’에 한국팀 경기 몰려
치킨집·호프집은 특수 기대
오는 24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경기를 앞두고 부산에서도 응원 열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태원 참사' 여파로 여전한 애도 분위기 속에 떠들썩한 거리 응원 대신 삼삼오오 조용한 응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 여파로 부산에서 공식적인 단체 응원 행사는 사라졌지만 시민들은 4년 만에 열리는 월드컵을 앞두고 들뜬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직장인 이 모(29) 씨는 이번 월드컵 관람방식으로 영화관을 택했다. 그는 24일 열리는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경기 나흘 전부터 영화관에서 월드컵 생중계 표를 예매했다. 이 씨는 “4년 만에 열리는 월드컵인데 거리 응원을 나가지 못해 아쉬웠다. 영화관에서 소박하게나마 사람들과 함께 월드컵을 즐기고 싶어 영화관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 모(53) 씨는 ‘집콕 월드컵’을 즐길 예정이다. 박 씨는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좋지만 이태원 참사를 감안해 이번 월드컵에는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집에서 조촐하게 월드컵을 즐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차진호(23) 씨는 해변에서 월드컵을 즐길 계획이다. 차 씨는 우루과이전이 열리는 시간에 친구들과 광안리 해변 근처에서 ‘치맥’을 즐기기로 했다. 차 씨는 “거리 응원은 사라졌지만 월드컵이니 만큼 친한 친구들과 같이 만나 월드컵 기분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도 월드컵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대한민국 경기는 24일 우루과이전(오후 10시), 28일 가나전(오후 10시), 다음 달 3일 포르투갈전(오전 12시) 모두 손님이 몰리는 저녁 시간대의 ‘골든타임’에 배정돼 식당과 치킨, 호프집에서는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부산 중구 부평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종운(47) 씨는 오는 24일 몰릴 손님을 대비해 하루 전부터 닭과 양배추, 콜라 등을 평소의 배로 준비해 뒀다. 김 씨는 “이번 월드컵 개막식 때도 가게에 손님이 꽉 들어찼다”며 “한국 경기가 있는 날에는 이미 자리 예약이 마감됐고 배달도 평소보다 배로 늘어날 것 같다. 영업에 차질이 없도록 재료도 넉넉하게 준비해두고 있다”고 말했다.
동래구 수안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상찬(46) 씨도 모처럼 맞은 특수에 들뜬 모습이었다. 박 씨는 “고물가에 코로나, 이태원 참사 여파까지 겹치며 한동안 손님 발길이 뚝 끊겼는데, 월드컵 개막 이후 대형스크린으로 경기를 함께 즐기려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며 “한국 경기가 시작되면 사람들이 더 많이 가게를 찾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외출이 뜸해진 분위기에 월드컵 특수를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구 부평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정일(79) 씨는 “최근 유동 인구 자체가 줄어들어 월드컵이라 해도 밖으로 나오는 사람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며 “거리 응원도 사라지면서 배달하는 치킨집 등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월드컵 특수를 누리는 가게가 많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