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 추진 중 불쑥 TK신공항, 국비확보 등 ‘상충’ 우려 높다
TK신공항특별법 제정의 문제점
자체 분석 여객·화물 수요 바탕
가덕신공항보다 선 완공 표명
잇단 남부권 신공항 특별법
수도권 중심주의 강화 가능성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 특별법 제정과 연내 국회 통과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가덕신공항은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좌절과 재추진 등 온갖 우여곡절 끝에 지역의 염원을 담고 지역 주민의 공항 이용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성사된 사업이다. 그러나 TK신공항은 당초 군 공항 이전을 위해 시작됐으나 최근에는 대구·경북지역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중·남부권 '중추공항' 위상까지 노리고 있다.
앞으로 두 대형 공항이 동시에 추진되면, 수도권에서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보다는 '인천공항 우선주의'를 다시 제기할 수 있다. 부산과 대구가 ‘대치 전선’을 만들 필요는 없지만, 굳이 수도권 지상주의에 힘을 실어 주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TK신공항 여객 수요, 가덕신공항 넘어?
23일 대구시와 정치권에 따르면, TK신공항은 경북 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 일원에 건설된다. 대구 중심부로부터 대략 50km 정도 떨어져 있다. TK신공항에는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을 동시에 이전한다.
우선, 군 공항은 대구시가 주관해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군 공항 사업기간은 2030년까지며 이전 사업비는 약 11조 4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기존 군 공항 부지보다 약 2.3배 정도 커진 16.9k㎡로, 활주로 2본, 계류장, 유류저장시설 등이 배치된다.
민간 공항은 군 공항 기본계획을 토대로 국토부가 주관해 사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군과 민간 공항 모두 사업기간은 2030년까지로 잡고 있다. 군 공항은 지자체가 건설해 국방부에 기부하고 종전 군공항 부지를 양여받아 비용을 회수하는 ‘기부대 양여’ 방식이며 민간 공항은 정부 재정으로 건립된다. 최근 홍 시장 등 TK 정치권이 나서서 TK신공항을 ‘중추공항’으로 만들겠다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대구시는 TK신공항에 대형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3800m의 활주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민·군 겸용 공항으로 군용 항공기와 함께 활주로를 운용해야 하는 한계가 있어 2035년 이후부터 민간 전용 활주로 1본을 추가하는 2단계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한다. 여객터미널과 화물터미널, 환승센터, 컨벤션공간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가덕신공항은 지난해 2월 특별법이 통과된 뒤 사전타당성 용역조사를 마치고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를 받은 뒤 현재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활주로 길이는 사전타당성 조사 당시 3500m로 하는 것으로 나왔다.
해상공항으로 지어질 예정인데 현재 기본계획 단계에서 매립식과 부유식, 잔교식 등 3가지 공법을 놓고 검토를 진행 중이다. 건설공법은 기술검토 결과, 적용가능성과 안전성 등을 모두 고려해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TK신공항은 2060년엔 여객수요가 2887만 명, 화물은 197만t으로 예상됐다. 가덕신공항 수요는 2065년에 국제선 기준으로 여객은 2336만 명, 화물은 28만 6000t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TK신공항은 대구시 자체적인 분석이며 가덕신공항은 예타 지침에 따라 엄격하게 수요조사를 한 내용이다.
■“가덕신공항 완공 전 TK신공항 개항”
대구시는 보도자료에서 “TK신공항이 건설되면 해외여행과 항공물류 서비스가 편리해져 대구·경북권역은 물론 가덕신공항 완공 전에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통합신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미 대구시는 가덕신공항 완공 시기가 TK신공항 완공보다 늦어질 것이라고 예단하고 있다. 이처럼 대구시는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견제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문제는 TK신공항 특별법 제정으로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의 국비확보와 공기 단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여야 부산의원들은 가덕신공항 주변 토지와 어업권 보상을 기본계획이 끝난 후 바로 신속하게 추진하는 등 공기 단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두 개의 대형 공항이 동시에 추진되면 매년 적절한 사업비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아울러 ‘지방공항’에 대한 수도권의 여론도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가덕신공항 추진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절대 명분을 내세워 성사된 측면이 매우 많은데, 잇따른 특별법 제정은 오히려 수도권 중심주의를 강화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구 군 공항은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 민간 공항은 통합신공항 특별법보다는 예비타당성 조사 등 일반적 절차를 거치는 게 낫지 않나 한다”며 “두 대형 공항이 동시에 추진되면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이 훼손돼 수도권의 견제를 받아 가덕신공항 사업이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