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재판’ 관계자 진술 증거 채택이 쟁점
주요 관계자 18명 진술 목록
검찰, 재판부에 채택 신청
변호인단, ‘부동의 의견’ 제시
공판준비기일 1차례 더 진행
대책위 등 ‘심해수색’ 촉구
2017년 남태평양 해상에서 22명이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의 형사 책임을 묻는 형사 재판에서 증거 재택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선사 측이 수사 과정에서 나온 관계자들의 진술을 증거로 동의하지 않으면서 재판 일정은 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오후 2시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박무영) 심리로 열린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의 2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 측 변호인단은 검찰이 본 공판에서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 재판부에 채택을 신청한 증거 목록 가운데 주요 관계자 18명이 수사 과정에서 한 진술에 대해 ‘부동의’ 의견을 제시했다.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의 김완중 대표를 비롯한 전현직 임직원 7명은 업무상과실치사와 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 등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올 9월 진행된 1차 기일에서 피고 측은 사고와 관련, 안전 업무에 대해 과실이 없고 선박 손상과 침몰 사이 인과 관계도 없다며 제기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피고 측이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는 데 부동의한 18명은 스텔라데이지호의 안전 관련 보고나 회의에 참석한 선사 측 관계자로 추정된다. 피고 측 변호인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 목록 가운데 실제 재판에 증거로 채택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부동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피고 측의 무죄 입증에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증거 목록에 대해 부동의 의견을 제시한다.
변호인이 증거로서 부동의한 진술의 경우 본 공판에서 바로 증거로 활용될 수 없고 진술의 당사자가 증인으로 출석해 검사의 신문에 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검찰은 피고 측이 부동의한 18명의 진술 가운데 유죄 입증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을 선정한 뒤 신문 순서를 정해 재판부에 신청하면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본 공판에서 이들에 대한 신문이 이뤄진다. 이에 따라 재판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은 피고 측이 재판부에 채택을 신청한 증거에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피고 측은 지난 기일에서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올해 6월 발간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특별조사보고서’와 선적국인 마셜제도공화국에서 2019년 발간한 조사보고서를 증거 목록으로 재판부에 신청했다.
당초 공판준비기일은 이날이 마지막일 예정이었으나 검찰의 증거 목록이 방대하고, 그에 대한 피고 측 변호인의 의견 정리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재판부는 1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기일은 내년 1월 25일이다.
한편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부산운동본부 등 관계자 10여 명은 이날 낮 12시 30분부터 부산지법 앞에 모여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2017년 3월 철광석 26만t을 싣고 브라질을 출발해 중국으로 향하던 스텔라데이지호는 3월 31일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해 한국인 선원 8명을 포함한 22명이 실종됐다. 2019년 2월 심해수색을 통해 선체를 발견하고, 블랙박스를 수거했지만 침몰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형사재판은 침몰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재판으로, 이와 별개로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사법·행정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선박사고 원인 조사로 선사 등의 과실이 드러나면 시정 권고나 명령 등 처분을 내리는 해양안전심판은 지난달 13일 부산해양안전심판원에서 2번째 심리가 진행됐다.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대표는 지난해 2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고,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