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개발 역사 담긴 ‘재송동 모텔촌’ 역사 속으로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가 조성되기 전 컨테이너 야적장 화물차 기사들을 위해 운영되던 ‘재송동 모텔촌’이 사라지고 있다. 이 일대는 과거 부산 최초의 공항인 수영비행장에서 컨테이너 야적장, 현재의 센텀시티까지 ‘상전벽해’하며 해운대 일대의 개발상이 압축된 곳이다.
지난 23일 오후 찾은 부산 해운대구 재송1동 모텔촌. 곳곳에 철거용 천막과 포크레인 등 철거 현장이 보이고, 이미 철거돼 오피스텔 공사가 한창인 곳도 있었다. 빈 건물 입구에는 ‘영업하지 않습니다’, ‘공사 중’ 등 글이 붙어 있었다. 인근을 지나던 한 주민은 “지금은 센텀~만덕 대심도 공사 인부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 같은데, 과거에 비하면 영업장 수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24일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해운대경찰서 인근부터 재송지구대 인근까지 해운대로 중심으로 형성된 재송1동 모텔촌의 모텔은 한때 40여 곳에 육박했지만 현재 영업 중인 곳은 28곳이다. 4년 전인 2018년 37곳에 비해 25%나 줄었다. 올해 들어서만 7곳이 폐업 신고를 했다.
재송1동 모텔촌은 일대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새벽부터 화물차를 모는 기사들을 위해 1980년대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인근의 옛 한진CY 부지와 벡스코 부지, 수영비행장 등이 모두 컨테이너 야적장이었다. 이곳은 원동IC가 인접해 고속도로와 가깝고, 비교적 땅값이 저렴했다.
김병섭 해운대구 향토사학자는 “재송동 모텔촌은 맞은편 센텀동부센트레빌아파트 부지 등 이 일대가 모두 컨테이너 야적장으로 이용되던 시기 에 숙박시설이 들어서기에 접근성이 좋아서 형성됐다"면서 “1980년대 20여 곳으로 시작해 점점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1996년 수영비행장이 공항 기능을 상실하고 2000년 센텀시티가 착공하면서 일대의 컨테이너 야적장이 모두 사라졌지만, 재송1동 모텔촌은 2000년도까지 성업했다. 해운대 일대를 찾은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설이 노후화되고 해운대해수욕장 일대에 호텔 등 신식 숙박시설이 들어서면서 방문객이 급감했다.
홍준성 동의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재송동 모텔촌 일대는 과거 수영해수욕장, 수영비행장에서 센텀시티 조성까지 해운대구의 개발사가 압축된 공간이다"라면서 "지금은 대규모 개발은 힘들고 소규모 오피스텔 등으로 개발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